與 원내대표 경선 양자 대결..'친문' 윤호중 vs '탈친문' 박완주
당청 관계, 원 구성 등 입장차…캐스팅보트 초·재선에 러브콜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쇄신 요구가 강하게 나오는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친문' 4선 윤호중 의원과 '비주류' 3선 박완주 의원의 양자 대결이 확정됐다. 두 후보 모두 정권 재창출을 위한 당 혁신을 내걸었지만 당·청 관계, 원 구성 등 쇄신 대책과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은 엇갈렸다. 개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초·재선 의원들이 이번 경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전망이다.
12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두 의원은 재보선 이후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 내년 대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역할론을 강조했다.
윤 의원은 "변화된 민주당의 모습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반드시 네 번째 민주 정부를 만들어 내겠다"며 "우리 당 승리의 역사도 있었지만 패배의 역사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함께 더 소통하고, 더 넓게 공감하면서 당의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도 "문재인 정부가 민주당 정부다. 문 정부의 실패는 민주당의 실패"라며 "정권 재창출을 통해 4기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변화와 혁신, 소통의 리더십"을 호소했다.
아울러 두 의원은 당 전체의 75%(174명 가운데 130명)를 차지하는 초·재선의원들을 겨냥한 공약을 내걸었다. 윤 의원은 "민주적 원내운영을 위해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회의와 초·재선 회의를 정례화하겠다. 선수별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대표의원은 원내지도부에 임명해서 의원 여러분의 의견을 듣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원은 "과거 소장파·소신파로 불리던 선배 의원님들의 당을 위한 진정 어린 충언과 회초리는 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었다. 하지만 우리가 기득권화된 그 순간부터 당을 위한 진정어린 비판의 목소리는 터부 시 돼왔다"며 "내부 총질이라는 비난과 낙인이 두려워 우리 스스로 입과 귀를 막으면서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오만과 독선에서 탈피해 건강한 비판이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당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수습 대책과 주요 현안에 대해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재보선 참패 원인 진단부터 엇갈렸다.
우선 윤 의원은 재보선 패배 원인을 'LH 사태'와 '부동산 정책'에서 꼽았다. 그는 "LH 비리를 막지 못하고 집값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은 우리의 부족함"이라며 "국회가 부패척결에 앞장서겠다. 국민의 분노를 산 LH 사태와 같은 부패 범죄를 막기 위해서 상임위별 부패척결특별소위를 구성해서 발본색원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2019년 조국 전 장관 사태 때부터 촉발된 '공정과 정의' 문제를 재보선 참패 원인으로 보는 평가에 대해선 "이미 1년 반 전에 있던 일이라 개인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며 전임 지도부가 강하게 추진했던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원내에서만 판단할 게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당 지도부와 협의해나가겠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당·정·청 협력 관계, 원 구성 재협상 불가 등을 주장했다. 그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정책 결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회주의자"라며 "당정 협의를 제도화해서 강력한 당·정·청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윤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임대차3법 등을 강행 처리해왔다. 원내대표가 된 후에도 야당과의 소극적인 협치 또는 대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자신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공석이 되는 법사위원장 배정 문제에 대해 "2기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을 한 바가 없다. 1기 원내대표의 원 구성 협상 내용에 따라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야당과의 재협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진보 진영 의제인 '차별금지법' 추진 요구에 대해서도 "당에서 최종 결정이 안 된 것으로 안다"며 "당론이 결정되면 말하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반해 박 의원은 당 주도의 당·정·청 관계, 야당과의 적극적인 협치, 강한 개혁 조치 등을 약속했다.
박 의원은 재보선 참패 원인으로 '내로남불'을 꼽았다. 그는 "공정의 문제가 터졌던 순간에도, 성 비위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며 "당 중진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했다. 일정 부분 정책 조정도 약속했다. 박 의원은 "전체 틀을 후퇴하는 건 아니겠지만 국민들이 요구하는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정책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당내 전문가들과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서 현실적으로 민심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조정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보선 원인 제공 시 후보를 내지 않는 내용으로 당헌·당규를 재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청와대는 민심의 목소리가 반영된 당의 목소리를 더 귀 기울여야 한다"며 당이 주도하는 당·정·청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1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이 독차지한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야당과 재협상해 양보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또 애매하게 답했던 윤 의원과 달리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차별로 피해가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 민주당의 가치"라며 "차별금지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선 국민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법안 처리에 무게를 실었다.
정치권에선 재보선 참패 결과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 의원은 이해찬계 친문으로, 지난 21대 총선 때 사무총장을 맡아 초선은 물론 당내 의원들과 교류가 넓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총선 이후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임대차 3법 등을 주도해 '강성 친문' 이미지가 굳어졌다. 지난달 27일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해 '쓰레기'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재보선 전에는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지만 최근 초재선의원을 중심으로 친문 지도부의 등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박 의원은 운동권 출신 3선으로, 원내수석부대표와 최고위원을 지냈다. 당내 의원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 대표를 지냈고, 민주평화국민연대에서 활동하면서 '86그룹'의 지지를 받는다. 박 의원은 '원활한 소통 환경 구축'을 강조하며 당내 비주류와 초재선의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초선의원 모임 때는 물론 이날 재선의원 모임에도 참석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의원은 "이대로 가면 정말 모두 내년에는 죽는다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라며 "(재선의원들이) 오늘 논의하셨던 내용들이 있다면 함께 하겠다는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2명으로 압축된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과 15일 합동 연설회와 토론회를 거쳐, 16일 투표로 선출한다. 신임 원내대표는 다음 달 2일 새 지도부 선출 때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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