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SK이노, 중국에 빼앗긴 배터리 세계 1위 되찾을수 있을까?(종합)
폭스바겐, 각형 배터리 확대 채택 선언..中기업유리
11일, LG엔솔·SK이노 극적 합의..ITC판결 무효화 돼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2조원에 끝내기로 11일 전격 합의했다. 중국에 뺏긴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를 되찾아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제 올해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 3곳의 점유율은 과거에 비해 떨어진 상태다.
이달 3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특히 1위 CATL과 4위 BYD 등 중국계 업체들이 전체 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했다. CATL은 지난해 1∼2월 2.1GWh에서 올해 같은 기간 8.0GWh로 늘어 272.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점유율도 지난해 17.3%에서 올해 31.7%로 확대됐다.
BYD도 지난해 1∼2월 0.4GWh에서 올해 1.8GWh로 401.8% 성장했다. 점유율은 2.8%에서 7.0%로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은 각각 2위와 5위, 6위를 기록해 모두 톱10 안에 들었지만, 점유율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3.3GWh에서 올해 같은 기간 4.8GWh로 45.8%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점유율로는 26.6%에서 19.2%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수십조원대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게다가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확대 채택을 선언하면서 각형 배터리를 주력 생산하는 중국 CATL가 긍정적인 영향을 볼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재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에 2차전지를 공급하는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및 CATL 등이다. 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확대를 선언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ITC소송으로 잃어버린 폭스바겐, 포드의 신뢰를 되찾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올해 2월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배터리 및 관련 제품의 10년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포드·폭스바겐에 공급되는 제품에는 각 4년·2년의 유예기간을 뒀으나 새로운 공급 업체를 찾아야만 했다.
물론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극적 합의로 ITC의 판결은 무효가 됐다. 또 양사는 추후 10년간 국내외 쟁송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2년간 전쟁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포드, 폭스바겐 등에 안정적인 공급을 하면서 추가 수주의 기회를 엿봐야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州)에 26억달러(약 3조16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1, 2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 2019년 1분기 착공한 1공장은 오는 2022년 1분기부터 가동된다. 2공장도 2023년부터 배터리 양산을 할 수 있도록 건설하고 있다.
조지아주 소재 2개 공장으로 매년 3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 21.5GWh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창출되는 일자리는 2600여개에 달할 것으로 계산된다.
역시 미국에 생산기지가 있는 LG에너지솔루션도 기술력과 품질로 추가 수주를 하며 다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은 향후 최대 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북미 전기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부는 향후 8년간 전기차 확대를 위해 2000억달러(22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합의 직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주요 고객이었던 '포드, 폭스바겐'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도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사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히 이번 합의를 통해 폭스바겐과 포드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며 "또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공장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존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도 "무엇보다도 2022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앞둔 포드 및 폭스바겐 등 고객사들의 변함없는 믿음과 지지에 적극 부응해 앞으로 더 큰 파트너십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 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ESG 경영 강화와 사업가치·기업가치 제고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사는 11일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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