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끝까지 ‘혼밥’

안용현 논설위원 2021. 4. 1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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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문희상 국회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혼밥 하시느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의 ‘혼밥’ 소문이 국회의장 귀에까지 들어간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비공개 오·만찬이 많다며 ‘혼밥’을 부인했지만 야당 분석은 달랐다. 취임 후 대통령의 식사 회동은 600일간 1800끼니 중 100회에 그쳤다. 6일 중 한 번만 다른 사람과 공개적으로 밥을 먹은 것이다. 그때 ‘대통령 혼밥’이란 제목으로 만물상을 썼다.

▶문 전 의장이 며칠 전 본지 인터뷰에서 “(당시) 혼밥 발언 때문인지 그 이후로 (문 대통령이) 한 번도 안 부르시더라”고 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정무수석,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당 대표 등을 지냈다. 친노이고 친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문 전 의장, 유인태 전 의원을 단골로 불러 ‘밥상 토론’을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편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대표적 원로가 문 전 의장일 것이다. 그런 사람마저 2년 3개월이 넘도록 청와대에서 밥 한끼 같이 못 했다는 것이다.

[만물상] 삽입

▶문 대통령 지인에 따르면 ‘친구 문재인’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식사 자리를 즐기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 명이 모여도 말을 하지 않고 혼자 술잔을 드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정치인에게 식사는 세상과 소통하고 반대파를 설득하는 자리다. 싫어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숙명이다. 국가 지도자는 외국 정상들과도 적극적으로 어울려야 한다. 영국 처칠이 1943년 미국 루스벨트와 회담하고 아내에게 “열흘 동안 우리는 거의 모든 식사를 함께 했소”라는 편지를 썼다. 두 사람 친분은 2차 대전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2019년 G20 때 문 대통령이 공식 회의 참석을 거의 안 했다는 동영상이 논란이 됐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안 보인 시간에는 모두 양자 회담을 했다”며 “가짜 뉴스”라고 발끈했다. 그런데 참석한 다자(多者)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활발하게 대화하는 다른 정상들과 달리 혼자 서 있거나 인사 정도만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G20은 국가 정상만 발언권을 얻는 무대다. 그 외교전에서 문 대통령은 ‘혼자'였다. 이런 자리를 싫어하기 때문인지 문 대통령은 외교 행사 뒤엔 더 피곤해한다는 얘기도 있다.

▶문 전 의장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1년 남으니까 밥 자리를 안 하려고 하더라”고 했다. 의욕도, 재미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더할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껄끄러운 상대와도 밥 먹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대통령 혼밥’ 기사는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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