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통금 밤 10시면 우르르.. 택시잡기 전쟁 되살아나
금요일이었던 지난 9일 오후 10시 30분, 서울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 옆 도로. 시민 20여 명이 길가에서 손을 뻗으며 택시를 잡고 있었다. 택시 대부분은 손님이 탔거나 녹색 ‘예약’ 등을 켠 채였다. ‘빈차’ 한 대가 멀리서 다가오자 4~5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반쯤 열린 창문으로 행선지를 외쳤다. “아저씨, 응암동이요.” “길동이요.” 오후 9시 30분쯤 식당서 나왔다는 직장인 박윤철(32)씨는 “직장 선배 2명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선배들이 택시 잡고 출발하는 데만 40분이 걸렸다”며 “카카오 택시 호출은 아예 답도 없고, 나도 20분째인데 그냥 포기하고 지하철을 탈 생각”이라고 했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역에서도 ‘택시 전쟁’이 벌어졌다. 밤 10시까지 친구와 술을 마셨다는 직장인 유모(31)씨도 20분 만에 간신히 택시를 잡아 서초구 양재동 자취방으로 향했다. 유씨는 “가까운 거리인 데다, 손님도 많아서 그런지 호출도 안 받고 승차 거부도 여러 번 당했다”며 “식당 영업이 9시까지일 때는 부르면 곧잘 잡혔는데, 요즘 금요일 밤 강남은 거의 ‘코로나 이전’ 수준”이라고 했다.
서울 주요 유흥가의 밤 시간대 ‘택시 전쟁’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 2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식당·술집의 영업시간이 밤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연장된 이후 심화한 현상이다. 단 한 시간이지만 직장인들이 심리적 여유를 가지면서 ‘2차족(族)’이 늘었고, 술에 취하다 보니 대중교통 대신 택시를 찾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서초구의 직장에 다니는 최모(29)씨는 “전에는 술을 마셔도 9시 제한 때문에 1차에서 서둘러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10시로 늘어난 이후에는 웬만하면 2차까지 가고, 술도 더 먹다 보니 지하철 대신 택시 타고 집에 가게 된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김모(53)씨는 “밤 9시까지만 할 때는 회식을 해도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식사 후 노래방을 자주 간다”고 했다.
‘택시 전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개인택시조합에 따르면 ‘9시 통금’이 있었던 지난 1월에는 서울 개인택시 기사의 월평균 운행 건수가 211건에 그쳤다. 하지만 밤 10시로 연장된 지난달에는 운행 건수가 266건으로 26%가 뛰었다. 같은 기간 월평균 매출도 193만2321원에서 250만9666원으로 30% 올랐다. 기사들이 매달 57만원씩 더 벌게 됐다는 뜻이다.
택시 기사들도 이런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만난 개인 택시 기사 최종학(67)씨는 “밤 10시로 영업시간이 늘어난 이후로 평소보다 손님 3~4명을 더 태운다”며 “요샌 밤 10시 전후로 종로, 홍대, 강남 어딜 가도 택시보다 손님이 더 많다”고 했다. 택시 기사 송모(69)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자정 전후가 피크 타임이었는데, 지난 2월 이후로는 밤 10시가 됐다”며 “요샌 아무리 피곤해도 밤 10시 전후엔 꼭 근무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택시 매출’이 고꾸라지면서, 법인 택시 기사들이 대거 퇴사해 택시 수 자체가 줄어든 것도 택시 전쟁이 다시 시작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연합회에 따르면, 법인 택시 운전자 수는 지난 1년 새 2만명 가까이 줄었다. 작년 1월 말 10만154명에서, 올 1월엔 8만3957명이 됐다. 기사가 줄면서 주차장에 ‘노는 택시’들이 많아지자, 택시 업체들도 1년 새 차량 대수를 6000대가량(7만9161대→7만3208대) 줄였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영업시간 연장으로 기사 개개인의 운행 건수와 매출이 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아직 코로나가 심각한 만큼 택시 기사 수가 다시 늘거나, 업체들이 운행 대수를 늘릴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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