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이중혜택 없는데, 실손 중복가입 146만명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한 소비자가 146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 가입자 중에서는 개인 실손보험과 직장에서 가입하는 단체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한 사람의 비율이 92%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개인 따로 회사 따로 실손에 가입해 보험이 2개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실손보험 중복 가입해도 지출 의료비 내에서만 보장
12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신용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실손보험 중복 가입자 수는 145만8400명이다. 2019년 말(130만2200명)과 비교하면 1년 새 15만6200명이 늘어났다. 중복 가입자 중에서도 개인 실손보험과 회사에서 드는 단체 실손보험에 각각 가입한 사람이 133만6700명으로 92%를 차지했다. 이처럼 개인과 단체 보험에 중복 가입한 사람의 비율은 2016년 86%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실손보험은 개인이 실제 부담한 의료비만 보장하기 때문에 2개 이상 보험에 중복 가입해도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초과하는 보장을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보장 한도가 5000만원인 실손보험 2개를 가입한 경우 입원 치료비가 1500만원이 나왔다면 자기 부담 금액인 300만원(전체 의료비의 20%)을 제외하고 각 보험사로부터 600만원씩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단체 보험과 개인 보험을 따로따로 가입한 사람의 경우 의료비 발생 시 보험사로부터 받는 보험금은 똑같은데도 보험료만 2중으로 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체 실손에 가입되어 있는 회사에 입사한 20대, 30대 저연차 직원들의 경우 자신의 평소 병원 이용 빈도 등을 고려해 실손보험 일시 중단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시 중단 제도는 회사가 단체 보험에 들었다면 직원이 개인 보험을 잠시 중단했다가 원하는 때에 되살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퇴직 등의 이유로 단체 실손보험이 끝난 후에 별도의 가입 심사 없이 개인의 실손보험을 재개할 수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 가입한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점차 오르는 추세여서 청년층의 경우 직장에 다니게 될 20년, 30년 동안 이중으로 보험료를 내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병원 이용 빈도가 적다면 개인 실손을 중지했다가 추후 새로운 상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중복 가입 시 개인 실손 중지가 무조건 이득? 전문가 “신중해야”
하지만 중복 가입이라 하더라도 개인 실손을 중지하는 것이 무조건 좋지는 않다. 단체 실손보험은 외래 치료를 보장하지 않거나 일정 기간 이상 입원에 대해서만 보험을 지급하는 등 개인 실손보험에 견줘 혜택이 부실한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지 제도를 이용한 후 개인 실손보험의 효력을 되살리면 원래 가입했던 조건이 아닌 재개 시점에 판매되고 있는 상품 조건을 적용받게 된다. 예를 들어 2009년 9월까지 판매됐던 1세대 구(舊)실손보험 가입자가 개인 실손보험을 중지했다가 이번 달 되살리겠다고 신청하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3세대 신(新)실손(2017년 4월 도입)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자기 보담금이 0%인 구실손과 달리 신실손은 자기 부담금이 20~30%이고, 특약을 선택하지 않으면 비급여 주사약 등의 보장을 받을 수 없다.
개인 실손을 아예 해지하거나 가입하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은퇴 후 단체 실손보험을 개인 실손으로 전환하려고 할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이 경우 퇴직 직전 회사가 가입한 단체 실손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상품만 가입이 가능하고, 10대 중대질병(암·백혈병·고혈압·간경화증 등) 발병 이력이 없어야 하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가입이 승인되기 때문이다. 정 연구위원은 “단체 실손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추후 가입 거절을 우려해 건강에 문제가 없는 50대쯤 일부러 개인 실손보험에 추가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비자의 상황에 따라 중복 가입이 유리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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