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00억 들이고도, 혁신학교 성적은 지지부진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추진해온 혁신학교에 연 60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학력은 상대적으로 부진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도 활발한 성과를 내는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는 없애고, 학력 저하 문제가 논란인 혁신학교를 지원하는 현 정부 교육 정책 방향이 과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느냐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 지원액 급증
혁신학교는 교사의 수업 자율권을 확대하고 학생 인권을 강조하는 학교로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이 추진하고 있는 공교육 강화 모델이다.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학교당 연간 평균 3000만원 정도 예산을 추가 지원받는다. 11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혁신학교에 지원한 예산은 644억5000만원이었다. 2017년 390억8200만원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509억5100만원, 2019년 583억1400만원, 2020년 644억5000만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혁신학교가 처음 생긴 2009년부터 작년까지 총지원액은 3912억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혁신학교를 확대, 2017년 1164개였던 혁신학교 수가 2018년 1524개, 2019년 1714개, 2020년 1928개 등으로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지원액도 비례해 증가했다. 올해도 혁신학교가 추가 지정돼 총 2165곳으로 확대됐다. 2009년 첫 지정 당시 13개에서 166배로 늘어났다. 전국 초·중·고의 18.3%에 달한다.
◇학력 부진은 여전히 문제
혁신학교는 증가 추세지만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2012년 국가 수준 초·중·고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 성적 향상도는 다른 학교 학생의 30%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평가에서는 혁신학교의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11.9%)이 전국 평균(4.5%)의 2배가 넘기도 했다. 그나마 전교조와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이 학업 성취도 평가를 반대하면서 2017년부터 평가 자체가 전체 학생의 약 3%만 치르는 표집(標集) 평가로 바뀌어 이제는 혁신학교 학력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본지가 정경희 의원실을 통해 2021학년도 혁신고 출신 서울대 합격자 수로 학력 수준을 추정해보니 전국 혁신고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학교당 0.38명에 머물렀다. 일반고는 학교당 1.16명으로 집계됐다. 자사고는 학교당 13명으로 혁신고와 비교하면 30배 이상 많았다.
이런 논란 때문에 학생들이 혁신학교를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이 강동구 강동고와 서초구 경원중을 마을결합 혁신학교로 지정했다가 학부모 반대로 취소했고, 2019년에도 강남 대곡초‧개일초가 혁신학교로 전환하려다 학부모 반대로 무산됐다. 2018년에도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내 신설 초‧중학교 세 곳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려다 주민 반발에 막혔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교육 당국 추계에 따르면,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운영비 등으로 학교당 연평균 50억원 가까이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예산 지원 없이 운영을 잘하고 있는 자사고를 없애고 혁신학교는 확대하면 예산 낭비와 학력 하향 평준화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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