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이 부른 '원고풍년'.. 프랑스 출판사들 "글 좀 그만 보내세요!"
갈리마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출판사 중 하나다. 앙드레 지드, 장 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등 프랑스의 세계적 소설가와 사상가들이 이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등장했다. 이달 초 갈리마르가 홈페이지에 별난 공지를 하나 올렸다.
“작가들께선 저희에게 원고를 그만 보내줄 것을 부탁드린다. 대신 몸조리 잘 하고 행복하게 독서하시기 바란다.”
언제든 작가들의 새 원고를 환영해왔던 출판사가 왜 이런 공지를 올렸을까.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는 11일(현지 시각) “코로나 봉쇄 기간 글을 완성한 작가들의 원고가 올 들어 출판사에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갈리마르에는 코로나 사태 전 하루 평균 30건이던 원고가 요즘엔 하루 50건 이상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갈리마르 측은 일간 류니옹에 “모든 작품을 성심껏 읽는 게 우리 원칙”이라며 “이는 상당한 주의력이 필요한 일로, 대충 일을 할 수 없는 편집자들이 아주 혹사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출판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1960년대 편집자로 근무했던 출판사 쇠이유는 지난달까지 원고 1200건을 접수했다. 한 해 평균(3500건)의 3분의 1을 1분기에 벌써 넘겼다. 이곳 역시 작년에 작가들에게 ‘송고 중지 요청’을 보냈다.
프랑스24는 “원고 풍년은 코로나 봉쇄로 작가들이 집에만 있다 보니, 서랍에 넣어뒀던 미완성 원고를 마무리하거나 신작을 위한 영감을 얻을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JC 라테스 편집장은 “코로나 봉쇄는 작가들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
작년 봉쇄령으로 서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기존 원고의 출간 일정이 밀린 것도 한 요인이다. 프랑스 서점은 작년 3~5월 1차 봉쇄 때 운영을 전면 중단했고, 10~12월 2차 봉쇄 때도 온라인 판매만이 허용됐다. 올해 2월에야 서점이 ‘필수’ 업종으로 지정되며 최근 3차 봉쇄를 피할 수 있었다. 프랑스24는 “올해 출판사들의 책 출간 일정이 이미 거의 꽉 찼다”고 했다.
하지만 출판계 업황까지 밝은 것은 아니다. 지난달 발표된 프랑스 국립도서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프랑스인들의 독서 시간은 재택근무로 인한 출·퇴근 시간 감소, 도서관 등 공공 독서 공간 폐쇄로 다소 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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