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모사드가 이란核시설 공격”… 이란 “보복할것”
지난 10일 이란 수도 테헤란 남쪽의 나탄즈 핵 시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량형 원심분리기인 IR-5 30개와 IR-6 164개에 핵 물질인 불화우라늄을 주입하는 행사를 가졌다. 핵무기 제조로 가는 첫 단계다. 이날은 이란의 ‘원자력 기술의 날’이었다.
이날 IR-5와 IR-6를 가동한 것은 2015년 이란과 서방이 맺은 ‘핵 합의(JCPOA)’를 어긴 것이다. JCPOA는 이란이 2025년까지 1세대 구형 모델인 IR-1만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IR-5와 IR-6는 훨씬 고성능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은 새로운 원심분리기 가동을 JCPOA를 복원하려는 바이든 미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을 요량이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JCPOA를 탈퇴했다.
하지만 이란이 새로운 원심분리기를 가동한 바로 이튿날인 11일 오전 나탄즈 핵 시설에 원인 모를 정전이 발생했다. 이란 원자력청은 “배전망 일부에서 사고가 있었고 이에 따른 오염이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사이버 공격을 받아 새로운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내부 전력 시스템이 완전히 파괴된 대형 폭발이 발생했다”며 “복원하려면 적어도 9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이 일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공영 라디오 칸(Kan)은 익명의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모사드가 나탄즈를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대(對)이란 작전에 대해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평소 정보 당국자들과 밀접한 관계인 공영 라디오가 모사드 소행이라고 보도한 건 이스라엘이 정부 차원에서 이란에 타격을 가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린 행위로 해석되고 있다. 이란 당국은 “테러 행위이자 사보타주(의도적 파괴)”라고 비난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2일 “그들 행동에 대해 복수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정보 당국은 이번 사건을 벌인 인물을 특정했으며 체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보도했다.
중동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은 원수지간이다. 이스라엘은 2015년 오바마 미 행정부가 JCPOA를 타결하자 강도 높게 비판했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JCPOA에서 탈퇴하자 환영했다. 하지만 다시 바이든 행정부가 JCPOA를 복원시키는 협상을 시작하자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시하기 위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지난 6일 오스트리아에서 서방과 이란이 JCPOA 복원 협상을 시작하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홍해에서 이란 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의 선박에 폭발물 공격이 이뤄졌는데,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이란은 의심하고 있다. 협상 이튿날인 7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극단주의 정권과의 그런 협상은 가치가 없다는 걸 역사가 증명한다”고 했다. 네타냐후가 이런 강경한 반응을 보인 지 나흘 만에 이란이 협상 지렛대 카드로 꺼낸 새로운 원심분리기를 모사드가 망가뜨린 셈이다.
마침 나탄즈 핵 시설에 폭발이 발생한 11일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날이다. 오스틴은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이스라엘에 대해 미국이 지속적이고 철통 같은 헌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2일 오스틴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동에서 광신적인 이란 정권만큼 위험하고 심각하며 긴급한 위협은 없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모사드가 나탄즈 핵 시설을 망가뜨린 수단이 사이버 공격이 아니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나탄즈 핵 시설이 상당한 수준의 사이버 보안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모사드에 협력하는 이란인 등이 직접 침투해 핵 시설을 파괴해 놓고, 이를 숨기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공영 라디오를 통해 둘러댔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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