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성악설은 틀렸다, 인간은 본래 선하다

남상훈 2021. 4. 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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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장식하는 끔찍하고 야만적인 사건들을 생각해 보면, 인간에게 약간의 희망이라도 거는 일은 어리석어 보인다.

인간은 재난이나 전쟁 같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 협력하고, 친절하고 성품 좋은 사람들이 더욱더 번성을 누리는 이타적, 사회적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선한 존재'라는 생각은,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부인하고, 뉴스매체가 무시하며, 세계사 연대기에서 지워진 아이디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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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경쟁보다 협력을 좋아하는 선한 존재
용기 내 善을 행하면 이기적 세상 바꿀 수 있어
언론을 장식하는 끔찍하고 야만적인 사건들을 생각해 보면, 인간에게 약간의 희망이라도 거는 일은 어리석어 보인다. 어린아이를 굶기거나 때려서 죽이고,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스토킹해서 살해하며, 민주화를 요구한다고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총을 쏘는 야만적 학살을 저지른다.

빈부 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차별과 갑질은 도를 더해 가며, 기아와 전쟁은 끊이지 않는다. 꽃들이 열흘 일찍 피고, 폭풍우가 심해지고,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 높이가 올라가는 등 이미 기후 재앙이 일어나는 중인데도, 정부는 탄소 감축 시늉만 하고 아무도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에 희망이 있는가.

‘휴먼 카인드’(인플루엔셜 펴냄)에서 네덜란드 청년 지성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인간이란 구제받을 수 없이 악한 존재’라는 비관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인간이란 사악하고 이기적인 면보다 “선하고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은 재난이나 전쟁 같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 협력하고, 친절하고 성품 좋은 사람들이 더욱더 번성을 누리는 이타적, 사회적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선한 존재’라는 생각은,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부인하고, 뉴스매체가 무시하며, 세계사 연대기에서 지워진 아이디어”이다. 우리는 흔히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만인 대 만인의 폭력을 즐기는 야만적 존재이며, 서로를 속이려고 부단히 애쓰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 자극적 언론 뉴스는 이를 부추기고, 소셜미디어는 이를 퍼날라 우리를 “위험에 대한 오인, 불안, 기분 저하, 학습된 무기력, 타인에 대한 경멸과 적대감”에 중독시킨다. 그러나 뉴스와 달리, 세상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지구 전체로 볼 때 지난 몇십 년 동안 빈곤, 범죄, 기근, 아동 사망률, 어린이 노동,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 등은 모두 급격히 감소했다.

게다가 실제 현실도, 과학적 연구도 모두 인간이 경쟁보다 협력을 좋아하는 ‘선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에서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은 패를 갈라 서로를 죽이는 등 잔혹성의 노예가 되지만, 현실은 달랐다. 1965년 무인도에서 조난돼 15개월을 함께 살았던 여섯 소년은 끝없이 서로 협력하면서 우정과 유대를 쌓았고, 구조될 때까지 건강과 인간관계를 유지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인류보다 뇌도 더 크고, 힘도 더 셌다. 그러나 혹독한 빙하기를 견디고 살아남은 것은 인류였다. 협력할 줄 모르는 천재 유형인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인류는 서로 배우고 유대감을 형성하며 노는 능력이 더 뛰어난 초사회적 학습 기계로서, 서로 좋은 관계를 맺고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우리 사촌 침팬지들과 달리, 인간은 자유와 평등 속에서 상호 협력하는 본능을 타고났다.

우리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자기충족적 예언을 일으킨다. 우리가 경쟁하고 투쟁하는 사악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세상은 점점 악하게 되고, 연합하고 협동하는 선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세상은 점점 선하게 된다. 저자는 말한다. “용기를 내라. 본성에 충실하고 타인에게 당신의 신뢰를 보여라. 대낮에 선을 행하고, 관대함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이것이 파멸 직전에 놓여 있는 이 이기적인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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