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나영호號' 출범..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예주 2021. 4.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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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의 새로운 수장에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이 선임됐다. /롯데쇼핑 제공

순혈주의 깨고 외부출신 수혈…업계 "조직문화 변화에 달렸다"

[더팩트|한예주 기자]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의 새로운 수장으로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이 선임됐다. 롯데지주 측이 지난 2월 말 롯데온 부진을 이유로 새 수장 자리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여 만의 인사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에서 노하우를 쌓은 외부 인사 영입으로 '롯데온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각오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오프라인 기반의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 의문부호를 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전날 나영호 전 본부장을 롯데온 e커머스사업부장(부사장)으로 정식 선임했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온 대표는 부사장급으로 격상됐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 슈퍼, e커머스 등 4개 사업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백화점 부문장을 제외한 3개 부문장은 전무급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온을 이끄는 e커머스 부문장은 백화점 부문장과 같은 부사장급으로 격상됐다.

롯데가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하면서 부사장 직위까지 부여한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그만큼 e커머스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나 신임 대표는 1996년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입사해 롯데닷컴 창립 멤버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후 현대차그룹, LG텔레콤 등을 거쳐 2007년 이베이코리아에 합류했고 G마켓 신규사업실장, 국경간 전상거래 사업실장,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특히, 이베이코리아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스마일페이', 현대카드와 협업한 신용카드 '스마일카드' 등을 주도했다. 두 서비스는 이베이코리아가 유료 회원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던 핵심 요소다. 롯데온은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계열사가 탄탄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채널 통합과 고객 기반 확대 등이 나 대표의 주요 임무가 될 전망이다.

롯데는 나 신임 대표를 필두로 롯데온의 경쟁력 제고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롯데온은 롯데가 온라인 시장 첨병으로 육성했으나 초기 시장 진입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온의 사업 부진을 책임지고 지난 2월 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대표)이 사임까지 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해 1년 여가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거래 규모는 7조6000억 원으로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의 거래액이 20조 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다.

나영호 롯데온 신임 대표는 롯데온의 변화와 함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그룹 제공

현재 롯데는 중고시장과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등을 새로운 공략지로 설정했다.

지난달 23일 국내 온라인 중고 판매 1위 플랫폼인 '중고나라' 인수에 참여했다. 중고나라의 지난해 거래액은 5조 원 규모다. 이는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거래액을 웃도는 수치다. 중고시장이 MZ세대로부터 각광 받고 있다는 점에서 중고나라는 향후 롯데의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점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온을 빠르게 성장시키는데 이베이코리아 인수만한 카드도 없다. 지난해 거래액 20조 원을 기록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순간, 업계 선두권으로 단숨에 치고 나갈 수 있다.

롯데온 수장으로 이베이코리아 출신을 영입한 것도 롯데의 인수전에 대한 의지가 묻어난 것이라는 평가다. 이베이코리아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영입한 데에는 이베이코리아를 적정 가격에 인수하려는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가 지난달 말 선정한 본입찰 적격 후보 명단(숏리스트)에는 롯데쇼핑과 이마트, SK텔레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유통공룡들이 온라인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롯데도 그간 뒤쳐졌던 온라인 사업에서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이베이코리아 인수 결과에 따라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임 대표를 필두로 롯데가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나 신임 대표가 롯데 내부 문화를 견디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그간 롯데는 e커머스 감각이 없는 롯데 인력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경쟁사를 뒤쫓기는커녕 오히려 도태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롯데는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위주의 조직 문화가 너무 강하다. 롯데온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으로 e커머스 분야에 주도권을 갖거나 다른 부문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결국 조직 문화의 변화가 없다면 최근 영입한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외부 인사도 제대로 된 경영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만약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더라도 롯데의 DNA가 수혈되면 이베이코리아에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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