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22조 순매수, 천스닥 다시 열렸다
12일 코스닥지수가 2000년 닷컴 버블의 악몽을 딛고 근 20년래 최고점에 올라섰다. 정보기술(IT)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대부터 투기판으로 불릴 만큼 신뢰도가 낮고, 유가증권 시장에 비해 부실한 중소기업이 많이 모여 있다는 악평 속에서도 1000선을 돌파해 냈다.
이달 기준으로 중소기업 1496개가 모여 있는 코스닥지수 1000 돌파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대전환과 4차 산업혁명 본격화가 시작된 가운데, 관련 기업들이 모여 있는 코스닥의 성장 기대감이 재평가받게 됐다는 것이다.
◊코스닥지수 한때 3000선에 육박
코스닥지수는 지난 1996년 7월 1일 1000에서 출발했다.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3000선에 육박했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이듬해 12월 500선까지 폭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이후에도 1000선을 회복하지 못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에는 20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닥의 암흑기였던 이 시기에 네이버, 엔씨소프트, 카카오, 셀트리온 등 대형주들은 모두 코스피로 빠져나갔다.
지지부진한 코스닥을 살리기 위해 그동안 굵직굵직한 대책들이 쏟아졌다. 2004년 벤처 활성화 방안을 비롯해, 2011년 코스닥 건전 발전 방안, 2016년 상장·공모제도 개편안, 2018년 코스닥 활성화 대책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신음하던 코스닥을 살린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의 비대면과 백신 열풍이었다. 지난해 3월 코로나 쇼크로 400대 초반까지 폭락했던 코스닥지수는 바이오와 2차전지 등의 강세에 힘입어 작년 연말에는 연중 저점 대비 126% 반등했다. 미국 나스닥(88%), 중국 상하이(31%), 일본 닛케이(66%) 등 그 어떤 증시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성과다.
이날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은 411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코스닥시장 시총은 2000년도 말 29조원에서 10년 뒤인 2010년 말 98조원으로 늘었고, 다시 10년 뒤인 2020년 말 385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코스닥지수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상 최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코스닥 꼭짓점은 닷컴버블 절정기였던 2000년 3월 10일의 2834.4(장중 기록으로는 2925.5)이다.
◊개미 22조 순매수로 천스닥 열었다
천스닥(코스닥 1000) 시대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6조3000억원, 올해 3월까지 5조3000억원, 총 21조6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20년 동안 코스닥 시장 주력 업종 색깔도 크게 달라졌다.
닷컴버블 당시에는 과거 정보기술(IT), 전통산업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바이오, 2차전지, 5세대(5G) 이동통신 등으로 바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99년 말 기준 코스닥 시총 빅3는 한통프리텔, 한통엠닷컴, 하나로통신 등 3사였다. 반면 지금 빅3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씨젠 등 바이오 3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는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코로나 진단, 치료, 백신 개발과 같은 제약·바이오주가 초강세를 보였고, 올해는 뉴딜, 2차전지 등 소재 섹터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는 “그동안 코스닥은 투기의 온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장외 우량주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실적도 없이 단기 급등하는 종목에 편승하기보다는 성장 초입 단계에 있는 알짜 기업을 골라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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