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빠던과 오도어 펀치..그래도 야구는 '바뀐다'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
[경향신문]
2015년 포스트시즌이니까 지금으로부터 5년여 전이다. 토론토 중심타자 호세 바티스타는 텍사스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호쾌한 결승 홈런을 때렸다. 3-3 동점에서 시리즈 승부를 가른 결정타였다. 타구를 지켜본 바티스타는 방망이를 휙 던진 뒤 베이스를 돌았다. 이른바, ‘빠던’(빠따 던지기)라 불리는 배트 플립(Bat Flip)이었다. 한쪽은 세리머니라 주장하지만, 다른 쪽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무례라고 주장하던 때였다.
텍사스는 그 빠던을 잊지 않았다. 이듬해 5월, 바티스타는 텍사스와의 경기에서 고의에 가까운 사구를 맞았다. 1루주자 바티스타는 다음 타자 땅볼 때 2루에서 거친 슬라이딩을 하며 텍사스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와 충돌했다. 오도어는 기다렸다는 듯이 오른 주먹을 바티스타의 왼 얼굴에 꽂았다.
스프링캠프 막판 텍사스에서 방출당한 오도어는 양키스와 계약하고, 턱수염을 깨끗하게 밀었고, 12일 탬파베이전 연장 10회초 첫 안타를 결승타로 장식했다.
5년 전 ‘주먹’으로 갚았던 ‘빠던’은 이제 금기가 아니라 적극 장려하는 세리머니가 됐다.
메이저리그는 2018년 포스트시즌 공식 홍보영상에서 화려한 빠던을 모았다. 영상 맨 마지막, 현역 시절 점잖은 플레이로 유명했던 켄 그리피 주니어가 등장해 “이제 선수들이 즐기게 내버려 두자(Let the kids play)”고 말했다. 공식적인 빠던 장려 영상이었다. 2019년 포스트시즌 공식 영상의 주제는 아예 ‘시끄러운 야구(We Play Loud)’였다.
지난 10일 샌디에이고 선발 조시 머스그로브는 텍사스를 상대로(또 텍사스)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대기록이 나왔지만 ‘논란’이 함께였다.
텍사스 지역지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은 7회초 텍사스 앤더슨 테하다 타석 때 샌디에이고의 수비 시프트를 지적했다. 신인 좌타자 테하다를 상대로 내야 수비진을 1루 방향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내야 시프트는 ‘번트 안타’를 감수하는 작전이다. 그런데, 노히트 노런 중인 상대 투수를 상대로 경기 후반 번트를 대지 않는 것은 야구의 불문율이다.
7회 시프트는 불문율을 악용한 샌디에이고의 꼼수라는 것이 텔레그램의 지적이다. 이날 빅리그에 데뷔한 테하다는 번트 대신 삼진을 당했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11일 경기를 앞두고 “번트 시도는 불문율을 어기는 것이지만, 상대가 시프트를 한다면 상황이 다르다. 앞으로 논의를 해봐야 할 재미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야구는 바뀐다. 오른손 투수가 선발 등판해 한두 타자를 상대하고 왼손 투수로 바뀐다면, 10여년 전에는 ‘위장 선발’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오프너’ 전략이다. 조금 더 길게 던져 타순 한 바퀴를 돈다면 최신 유행의 ‘탠덤’ 선발 전략이다.
2015년 5월20일 두산은 삼성에 5-23으로 졌다. 당시 김태형 감독은 9회 투수 김수완을 올렸다.
다음날 김 감독에게 야수 등판 가능성을 묻자 “팬들이 ‘장난하냐’고 비난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아직까지는 분위기가 덜 익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 다시 감독들에게 물었을 때도 여전히 몸을 사렸다. 김기태 KIA 감독은 “로저 버나디나가 언제든 준비하고 있는데 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3년이 지난 지금 KBO리그에서 크게 뒤진 홈 경기 9회초 야수 등판은 크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 야구는 바뀐다. 변화의 과정 속에서 ‘오도어 펀치’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모든 변화는 잡음 속에 올바른 길을 찾는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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