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주인공, 마쓰야마였다
[경향신문]
일본 남자골프의 ‘88년 숙원’인
메이저 챔프 등극…“정말 행복”
김시우 공동 12위, 내년 출전권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29)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명인 열전’ 마스터스를 제패하는 신기원을 이뤘다.
마쓰야마는 12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75야드)에서 열린 제85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15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를 4개 잡고 보기를 5개 기록해 1오버파를 쳤다.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친 마쓰야마는 윌 잘라토리스를 1타 차로 따돌리고 그린 재킷의 주인이 됐다.
아시아 선수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것은 마쓰야마가 최초다. 마스터스에서는 임성재가 지난해 기록한 준우승이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이었다. 또 미국남자프로골프(PGA) 메이저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9년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양용은에 이어 마쓰야마가 두 번째다.
2011년 19세 때 아마추어로 마스터스에 데뷔해 1언더파로 아마추어 최고 성적을 기록했던 마쓰야마는 10년 만에 마스터스 우승의 꿈을 이뤘다. PGA 투어 통산 6승을 달성한 마쓰야마가 우승한 것은 2017년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3년8개월여 만이다. 우승 상금은 207만달러(약 23억2000만원). 일본은 1주일 전에 열린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에서 가지타니 쓰바사가 우승한 데 이어 마쓰야마까지 2주 연속 마스터스 정상에 서는 진기록을 세웠다.
메이저 대회 우승은 일본 남자골프의 비원이었다. 일본 여자골프는 1977년 히구치 히사코가 L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고, 2019년엔 시부노 히나코가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두 차례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반면 남자는 1932년 미야모토 도메키치가 디 오픈에 처음 출전한 이후 88년 동안 메이저 우승이 미완의 목표로 남아 있었다. 아오키 이사오, ‘점보 오자키’, 가타야마 신고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강자들이 메이저 대회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꿈을 이루지 못했다.
4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에 나섰지만 마쓰야마의 우승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4타 차 리드를 지켜가던 마쓰야마는 파5 15번홀에서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졌고, 네 번째 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그린 밖에서 퍼터로 붙여 겨우 보기로 막았다.
같은 홀에서 잰더 쇼플리가 버디를 잡아 타수 차가 순식간에 2타로 좁혀졌다. 쇼플리는 4홀 연속 버디로 무섭게 마쓰야마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어진 파3 16번홀에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쇼플리가 티샷을 물에 빠뜨린 뒤 트리플 보기로 무너졌다. 경기를 마친 잘라토리스에 2타 앞선 마쓰야마는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1타 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180㎝, 90㎏의 좋은 체격 조건에 견고한 스윙을 갖춘 마쓰야마는 올 시즌 드라이브 비거리 297.4야드로 전체 92위에 불과할 정도로 그리 장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마스터스에서 파5홀에서만 버디 6개, 이글 3개, 보기 1개로 11타를 줄인 게 우승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파4홀에선 버디 5개, 보기 5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파3홀에선 버디 2개, 보기 3개로 1타를 잃은 것과 비교하면 파5홀을 얼마나 잘 공략했는지 알 수 있다.
마쓰야마가 일본 선수로 첫 마스터스 챔피언이 된 기분을 표현하는 데는 굳이 통역이 필요 없었다. 마쓰야마는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정말 행복하다(I’m really happy).”
김시우는 버디 2개, 보기 2개로 이븐파를 쳐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12위에 올랐다. 역대 마스터스 개인 최고 순위를 기록한 김시우는 12위까지 주어지는 2022년 마스터스 출전권도 확보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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