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과 400회 이상 해외 나눔 연주회 "나눔활동은 내가 행복해져 계속하게 되죠"

문주영 기자 2021. 4. 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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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단체 '뷰티플마인드' 총괄 배일환 이화여대 교수

[경향신문]

자선단체 ‘뷰티플마인드’의 총괄이사인 배일환 이화여대 교수는 “해외 공연의 경우 초청받은 곳에서의 나눔 콘서트 외에 별도로 현지 보육원·장애인시설 등을 찾아가 작은 음악회를 열고 단체 차원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기부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제공
장애인의날 맞아 자선독주회
수익금은 전액 기부할 계획
장애인 연주자 공연도 송출
“기업 소속 음악단 많이 생겨
장애인과 청년 보조교사들이
취업할 경로가 넓어졌으면”

“음악은 기교만으론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장애인들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 실력은 물론 그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노력에 큰 감동을 받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연주회를 시작했는데요, 어느덧 15년이 넘었네요.”

줄리아드 음대 출신의 유명 첼리스트 배일환 이화여대 음대 교수(56)에게는 두 개의 수식어가 붙는다. 하나는 28세에 임용된 ‘이대 최연소 교수’ 타이틀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15년간 세계 90여개국에서 400회 이상 나눔 콘서트를 진행해온 ‘문화 외교관’이라는 타이틀이다. 2005년 안식년 때 미국에서 지인들과 함께 시작한 장애아동에 대한 음악교육과 연주회는 문화외교 자선단체인 ‘뷰티플마인드’ 설립으로 이어졌다. 현재 그는 이 단체 총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배 교수는 장애인의날(4월20일)을 맞아 첼로 자선독주회를 26일 이대 김영의홀에서 개최한다. 지난 9일 학교에서 만난 그는 “독주회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라며 “수익금은 전액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대학 측과 함께 장애인 연주자들의 공연 영상을 제작해 20일 온라인으로 송출할 계획이다.

2007년 외교통상부 인가를 받은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는 자선단체로는 드물게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배 교수가 미국에 체류한 2006년 미국·홍콩에 먼저 한인들을 중심으로 지부가 세워졌다. 현재는 싱가포르·베트남에도 지부가 설립돼 전 세계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문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장애인·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진행하는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와 전문 연주가들이 장애인 음악인들과 선보이는 ‘뷰티플 콘서트’가 활동의 중심이다.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이 이사장이고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 전직 관료들을 비롯해 기업·학계·예술계 인사 등이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뷰티플마인드’ 연주팀이 2017년 9월 탄자니아에서 나눔 콘서트를 열고 있다. 뷰티플마인드 제공

이 단체는 지금까지 90여개국에서 초청받아 평화·환경과 수교 기념 등을 주제로 나눔 콘서트를 열었다. 배 교수는 “케냐의 아프리카 유엔 본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음악 콘서트를 개최했고, ‘중동의 화약고’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에서 음악회를 연 적도 있다”며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촌에서 공연했을 때 난민들이 울먹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이 활동들을 ‘기적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단체 초창기 장애아동들을 데리고 처음으로 미국 순회공연을 하기로 계획했지만 비자 발급이 무산됐다. 그러자 누군가 나서 미국 영사를 후원 콘서트에 초청했다. 장애아동들의 무대를 본 이 영사는 곧바로 비자를 내줬다고 한다. 주변의 자발적인 도움이 나눔활동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아동들에 대한 음악교육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수료생들은 서울대·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 진학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 해외 공연은 전면 중단됐다. 이에 배 교수는 장애인 연주자들의 취업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장애인의무고용제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장애인 채용을 꺼리는 현실을 보고 직접 기업들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 증권사·외국계 기업 등에 8명을 취직시켰다. 그는 “기업 소속 음악단이 많이 생겨 장애인들의 취업 경로가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본업뿐 아니라 장애인 음악교육, 나눔 콘서트 등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배 교수는 “나눔활동 이후 인생이 달라졌다”며 “성격이 부드러워지고 웃는 일이 많아지는 등 무엇보다 내가 행복해져서 계속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또 ‘성공을 한다면 네 것이 아니며 남이 없는 물질이나 재능을 갖는다면 사회와 함께하라’는 부모님의 당부도 항상 마음에 품고 있다고 했다.

음악인으로서, 지도자로서 그는 향후 두 가지 비전을 꿈꾼다. 그는 “장애인뿐 아니라 뷰티플마인드에서 보조교사로 근무하는 청년 연주자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아울러 학생과 졸업생, 교수가 함께하는 이화인 중심의 연주 봉사단체도 꾸려 활동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주영 기자 moo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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