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배송, 아이스팩부터 바꿔라

고영득 기자 2021. 4. 1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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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쓱(SSG)닷컴은 지난해 4월부터 새벽배송에 ‘에코 아이스팩’을 쓰고 있다. 이 아이스팩에는 수질 정화, 식물 영양제 기능을 하는 광합성 미생물이 들어 있다. SSG닷컴 제공
일반 겔 형태, 미세플라스틱 함유
유통업체들 대안 마련 위해 분주
쓱닷컴, 환경에 유익한 기능성 팩
더반찬, 아이스팩 대신 얼린 생수
현대홈쇼핑은 재활용 캠페인 진행

서울 홍은동에 사는 주부 김선영씨(32)는 생필품은 물론 신선식품도 주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한다. 깔끔하게 포장돼서 오는 데다 배송도 빨라 만족해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일부 택배물에 담긴 아이스팩이 신경 쓰인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환경오염 문제가 부각되면서 겔 형태의 아이스팩 내용물이 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이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배송 주문량이 많아지고 신선상품의 보랭력을 유지하는 아이스팩 사용량도 급증하자 기존 합성수지 대신 물이나 전분을 넣은 친환경 아이스팩을 쓰는 유통업체가 늘고 있다. 소비자는 쓰레기 처리 부담을 줄이고, 기업은 친환경 경영을 실천할 수 있어 마케팅에도 효과적이다.

■ 미생물로 청소해주는 아이스팩

쓱(SSG)닷컴은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새벽배송을 하면서 합성수지로 만든 일반 아이스팩 1400만개를 쓰지 않는 효과를 거뒀다고 12일 밝혔다. SSG닷컴은 새벽배송을 도입한 2019년 6월 말부터 물로 만든 아이스팩을 활용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물 아이스팩을 ‘에코(ECO) 아이스팩’으로 전면 교체했다.

에코 아이스팩은 물 안에 광합성 미생물(PSB)이 들어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 미생물은 유기물 분해와 수질 정화, 악취 저감 기능이 있어 친환경 농사나 수족관 청소에 많이 쓰인다. 가정에선 식물을 심은 화분에 부어 천연 영양제로 쓸 수 있다. 재생지로 만들어진 팩은 쓰레기를 버릴 때 종이류로 배출하면 된다. 아이스팩에 미생물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이는 SSG닷컴의 보랭가방 ‘알비백’을 제작하는 딕스의 김성태 대표다. 김 대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져 친환경 포장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고 수개월간 검증했다”며 “아이스팩에 미생물을 넣은 건 아마도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일반 아이스팩에 비해 단가가 10% 정도 높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에코 아이스팩을 쓰기로 결정했다”며 “이제 친환경 아이스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이스팩은 지난해 국내에서만 약 2억6000만개가 생산된 것으로 추산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겔 형태의 아이스팩은 고흡수성폴리머(SAP)를 담고 있다. 고흡수성폴리머는 냉기를 오래 유지하고 부서지거나 파손될 염려도 적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의 일종으로 환경에 치명적이다. 종량제 봉투에 버려져 소각 또는 매립된다. 자연 분해되는 데 500년 넘게 걸린다.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이 배출되고, 가정에서 하수구에 버리면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가 먹이사슬을 거쳐 다시 우리 식탁으로 돌아온다. 전 세계인이 1인당 연간 5만개가 넘는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

■ 친환경 콘셉트로 고객 잡는다

아이스팩의 환경오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유통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아이스팩 재활용 방안이나 대체 소재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시민이 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고정 고객 확보에도 유리하다.

신세계푸드는 생분해성 필름을 적용한 아이스팩 포장재를 자체 개발했다. 땅속에서 분해되는 데 3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동원산업도 수산물 보랭제를 물 아이스팩으로 모두 대체했다. 종이팩 포장은 생분해성 필름으로 코팅했다. 동원홈푸드 온라인몰 더반찬은 아이스팩 대신 얼린 생수를 이용한다. 동원샘물 500㎖ 페트병을 통째로 얼린 건데 따로 보관했다가 마실 수 있다.

포장디자인 기업 바인컴퍼니는 종이 아이스팩을 생산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반 아이스팩의 주원료인 고흡수성폴리머나 비닐 대신 물과 종이, 생분해성 필름으로 만든 특허품으로 배달업체 등 국내 300여개 기업에 공급한다. 지난해 신선식품 배송량이 늘면서 1억500만개 넘게 팔아 1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배송시간이 짧거나 별도 보랭가방 안에 담겨 배달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물이나 전분 등을 넣은 친환경 아이스팩이 보편화된 것은 아니다. 또 일부 종이 포장재는 방수와 충격 흡수를 위해 플라스틱 필름을 섞기 때문에 의도한 만큼 재활용률이 높지 않다. 그래도 합성수지로 이뤄진 1세대 아이스팩의 사용률을 낮추고 있어 친환경 아이스팩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아이스팩 재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자체들은 아이스팩 수거함을 비치해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유통업계 최초로 2018년 8월부터 아이스팩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2월까지 고객 11만여명이 동참해 아이스팩 174만개를 수거했고 세척 과정을 거쳐 전통시장이나 식품업체 등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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