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합의, 시장 평가는 '윈윈'

정환보 기자 2021. 4. 1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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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싸움' 마무리..글로벌 시장 'K배터리' 재도약 발판 마련

[경향신문]

LG화학·SK이노베이션은 물론 소재 기업 등 주가 일제히 상승 화답
치명적 악재 해소 SK주가 더 올라…2조원 합의금 적절성 간접 확인
LG에너지솔루션은 2년치 영업이익 규모 자금 마련, 성장 여력 확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2년에 걸친 전기차 배터리 분쟁이 합의로 막을 내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K배터리(한국의 배터리 산업)’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12일 두 회사는 물론 배터리 소재 기업 등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하며 ‘윈윈(win win) 합의’라는 분석을 뒷받침했다.

지난 11일 전해진 전격 합의 소식에 이날 증시는 출발부터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이날 11.97% 상승한 26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18%대까지 치솟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은 4%대 상승 출발한 끝에 종가는 0.62% 오른 81만7000원을 기록했다. 증시에 관심이 쏠린 것은 SK 측이 배상하기로 한 2조원의 합의금이 적당한 수준인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주가였기 때문이다. 3조원 이상을 요구해 온 LG와 1조원 이상은 어렵다던 SK 가운데 누가 더 실리를 챙겼는지 구체적인 시장의 반응이 궁금했던 것이다.

이날 주가만 놓고 보면 시장은 일단 SK 측의 손을 더 높이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향후 10년 수입 금지’ 명령이 확정될 경우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할 ‘벼랑 끝’에서 탈출한 데 대해 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LG 측에 물어줘야 할 총액 2조원 가운데 올해와 내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1조원도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에 큰 부담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이 임박한 소재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구주 매출과 페루 광구 매각 등으로 유입되는 현금 1조2000억원가량으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조9000억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의 내년 양산 계획을 가로막던 장애물이 사라진 동시에, 유럽과 중국에서도 추가로 공격적인 투자와 수주가 가능해졌다는 점은 2조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분석도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가치 반영에 치명적이었던 악재가 해소됐다”며 “예상보다 낮은 합의금 규모도 긍정적이며 향후 미국과 유럽에서 대규모 수주 활동도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기업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덜 올랐지만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게 될 2조원은 현재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2년 이상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 예상되는 올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은 4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2200억원으로 추정된다. SK와의 소송을 지속해 기대할 수 있는 배상금 규모보다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는 것이 재무적으로 더 낫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현대차 코나EV 화재로 인한 배터리 리콜 충당금과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 발표, 글로벌 선두권 경쟁업체인 중국 CATL의 공격적 수주 확대로 입지가 좁아진 상태였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소송전에 소모하던 에너지를 북미와 유럽 시장에 공격적으로 쏟아부을 수 있게 됐다.

아직 초기 단계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현재 완성차-배터리 제조-소재·부품 기업 간 ‘합종연횡’과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집안싸움’이 마무리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투자와 연구·개발 계획 수립 등에 있어 안정적으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고 본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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