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가전? '백가지 색' 가전 시대

조미덥 기자 2021. 4. 1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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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맞춤형 가전' 인기

[경향신문]

삼성전자 모델들이 삼성디지털프라자 서울 강남본점에서 자사 맞춤형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 신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위 사진). LG전자 모델들이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백화점 ‘LG 오브제컬렉션 체험존’에서 오브제컬렉션 신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제공
삼성, 360개 트렌드 색상 도입
LG, 색채 연구소 팬톤과 협업
기존 프리미엄 제품 장점 갖고
색상·재질 등 선택의 폭 넓혀
양사 1분기 실적에 역할 ‘톡톡’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 제품은 청결이 중요하다보니 흰색이 주를 이뤄왔고 이러한 특징을 따 ‘백색가전’이라 불렸다. 하지만 요즘엔 달라졌다. 소비자가 직접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색상을 골라 넣는 ‘맞춤형 가전’이 대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비스포크’와 ‘오브제컬렉션’이라는 하위 브랜드를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맞춤형 가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맞춤형 가전은 기존 프리미엄 제품의 기능적 장점은 다 가지면서 소비자의 뜻대로 재질과 색상 등을 고르게 한 것이 특징이다. 프리미엄 가구에 쓰이는 ‘페닉스’와 메탈, 글라스 등 여러 재질 중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다. 색상은 더욱 선택폭이 넓다. 삼성전자는 세계적 페인트회사인 벤자민무어의 트렌드 색상을 도입해 360개 색상 중 고를 수 있게 했고, LG전자는 미국 팬톤컬러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세대가 좋아할 만한 색상을 선정했다고 강조한다. 가전업체는 중간제품까지 만든 후 소비자의 주문대로 후작업을 진행해 제품을 완성한다.

맞춤형 가전 시장은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흐름에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장기화가 겹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집에 오래 머물다보니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은 욕구는 커지고, 해외여행 등 다른 곳에 쓸 소비는 줄어들면서 기존 제품들보다 가격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맞춤형 가전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깜짝 실적’을 기록하는 데도 맞춤형 가전은 톡톡히 역할을 했다. LG전자에서는 지난 2월 한 달 동안 오브제컬렉션 모델이 있는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중 절반이 오브제컬렉션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비스포크는 올 초 누적 출하량이 100만대를 넘어섰다.

양사는 이러한 인기를 타고 공격적으로 맞춤형 가전의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비스포크 이름을 단 신제품 17개를 출시한다. 냉장고, 정수기, 세탁기, 에어컨 등 거의 모든 생활가전 제품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주로 주방에 머물렀던 제품군을 확대해 거실, 안방까지 집 안 전체를 비스포크로 통일된 인테리어로 꾸미라는 의미로 지난달 ‘비스포크 홈’ 개념을 도입했다. LG전자도 올해 들어 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를 새로 내놓으며 오브제컬렉션 라인업을 14개로 늘렸다. 오브제컬렉션을 단 제품군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양사가 이렇게 제품군을 늘리는 데는 인테리어의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 여러 가전제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몰아서 구입하는 소비자의 특성도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오브제컬렉션을 구입한 소비자의 40%는 3가지 이상 제품을 동시에 구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한꺼번에 많은 제품을 구매할수록 더욱 큰 할인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홍보도 자사 매장이나 백화점에 맞춤형 가전제품을 모아놓은 쇼룸을 꾸미는 등 개별 제품보다 비스포크와 오브제컬렉션 브랜드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프리미엄 가전은 ‘빌트인’이 많은데, 한국은 맞춤형 가전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 같다”며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흐름이 꺾이지 않는 한 맞춤형 가전의 인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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