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하다는 영국인들에게 좋은 배우로 인정받아 기뻐"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
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재치있는 소감..좌중에 웃음

[경향신문]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여주조연상을 받았다.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는 11일(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2021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한국 배우가 BAFTA에서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윤여정은 화상으로 전한 수상소감에서 영어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후보로 선정되어서 기쁩니다. 아, 이제 수상까지 했군요. 우선 에든버러 공작 필립공의 별세를 깊이 애도합니다”라며 “제게는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특히 고상하다고 알려진 영국분들에게 좋은 배우라고 인정받아서 더욱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윤여정이 영국인들을 풍자적으로 일컫는 고상하다(snobbish)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는 좌중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미나리>는 미국 아칸소주 농촌에 정착하려는 한국계 이민자의 신산한 삶을 그린 영화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엉뚱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한국 할머니 연기를 선보여 해외 영화제에서 잇달아 상을 받았다. 오는 25일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한국배우로는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상태다. <미나리>는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국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꼽힌다. <노매드랜드>가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클로이 자오),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 등 주요 부문을 가져갔다. 남우주연상은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 남우조연상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대니얼 칼루야가 수상했다. 이날 행사는 BAFTA 회장을 지낸 필립공에 대한 애도로 시작됐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