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사건 그 후]① 조현병 재활치료·전문인력 '태부족'..중장기 대책은 '제자리'

차주하 2021. 4. 1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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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2년 전 4월 17일 수요일, 대부분이 잠든 새벽 4시 25분.

진주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불이 났다는 소리에 몸을 피하다 아파트 계단과 복도에서 흉기를 든 한 남성과 마주했습니다.

그가 무참히 휘두른 흉기에 영문도 모른 채 노인과 여성, 미성년자 등 주민 5명이 숨지고 17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범행 30여 분 만에 현장에서 붙잡힌 그 남성은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는 올해 45살이 된 안인득입니다.

이 죄로 1심에서 사형을 받았지만 2심에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습니다.

이 참극은 우리 사회에 많은 질문과 과제를 남겼습니다.

특히, 안인득이 오랫동안 조현병을 앓았지만 행정당국은 치료 중단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제도가 부실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 뒤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KBS는 오늘(12일)부터 나흘 동안 안인득 사건으로 촉발된 지역사회 조현병 관리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을 짚어보겠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사건 이후 정신질환 제도의 변화를 차주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조현병 환자의 치료와 재활, 자립까지 돕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안인득 사건 직후, 정부가 시작한 시범사업으로 이용자는 4.8배 늘어난 96명을 기록했고, 취업자도 101명으로 1.7배 늘어났습니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안용진/경기도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이용자/지난해 1월 : "나도 이제 한 달에 한 번씩 병원 가서 상담하고 약만 타면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겠구나. 이런 마음이 들어서 안정이 되더라고요."]

정부는 2025년까지 사업을 전국 8곳으로 늘린다는 목표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습니다.

[전준희/경기도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 "(조현병 환자들이) 낮시간을 잘 활용하게 되면서 생활 패턴이 안정되고 치료 순응도도 높아지는 분들이 많아요. 굉장히 달라지면서 가족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지고."]

환자가 집과 병원을 오가며 맞춤형 재활 치료를 받는 '낮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국 50곳이 선정됐지만,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14곳만 포함됐고 경남 2곳은 코로나19로 운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정신건강 전문요원도 17.6명으로, OECD 평균의 1/5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현옥/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 : "예산이나 인력 충원 관련 계획은 계속 내려오는데 정작 이런 일을 할 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전문 인력."]

안인득 사건 직후, 정부는 24시간 응급개입팀 도입과 행정입원 진료비 지원,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충원 등 단편적인 대책 마련에 그쳤습니다.

[백종우/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 : "(지역사회에) 급성기 치료, 재활시설 여러 선택지가 있어서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위험한 상황은) 사회가 개입해서 안전을 만들어가는 '국가책임제' 도입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조현병 치료 중단으로 망상이 악화한 안인득 사건으로 22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참혹한 사건이 일어난 지 2년.

정부는 지난 1월에서야, 전국의 정신건강 전문요원과 재활시설을 늘리고 중앙과 지역 간 정책 협의체를 꾸려 지역별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내용의 정신건강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

차주하 기자 (chas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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