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너진 안전..중국 광산 사고 잘 날 없다
[경향신문]
10일 신장 광산 침수 사고
최근 금광 폭발 등 잇달아
느슨한 규제·안전 불감증
작년에만 570여명 숨져
석탄 등 원자재 값 인상에
희토류 확보 경쟁 심화로
불법 광산 는 것도 원인
중국의 광산이 또 무너졌다. 신장(新疆) 지역의 한 광산에서 침수 사고가 일어나 21명이 지하에 갇혔다. 금광 폭발사고로 22명이 열흘 넘게 매몰된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중국에서는 느슨한 규제와 안전 불감증 탓에 매년 수백명이 광산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석탄 가격이 오르고 희귀 금속인 희토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불법 광산들까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12일 관영 CCTV 등은 지난 10일 오후 6시10분쯤 신장 위구르자치구 후투비(呼圖壁)현의 한 광산에서 침수 사고가 일어나 21명이 매몰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고는 탄광 개조 작업 도중 갑작스러운 침수로 전기가 끊기고 통신이 두절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1400여명의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매몰된 갱도의 지형이 복잡해 구조가 쉽지 않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중국에서는 이 사고가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 9일에도 구이저우(貴州)성의 한 탄광에서 발생한 사고로 2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산둥성 치샤(栖霞)시에서 발생한 금광 폭발사고로 22명이 열흘 넘게 매몰됐다 11명이 구조되고 11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지난해 12월과 9월에도 각각 23명과 16명의 광부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월 산둥성 금광 폭발사고 이후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지난달까지 일제 점검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24일에는 허베이성 우안(武安)시의 한 광산에서 노동자 6명이 환경 조사를 위해 갱도 아래로 내려갔다 추락사했으나 회사 측이 사고 발생을 신고하지 않고 은폐하려다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중국의 광산 작업환경은 과거부터 악명이 높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광산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한 해 5000명에 이르기도 했다. 작업환경과 안전규제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지난해에도 광산 사고로 573명이 숨지는 등 여전히 한 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에 기반을 둔 노동인권단체 중국노공통보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점검을 해도 효과는 미미하다”며 “사고를 내고 반복적으로 경고를 받아도 벌금을 내고 작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트타임스에 말했다.
최근 석탄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과거 폐쇄됐던 광산들이 불법으로 다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잦은 사고의 배경이다. 중국은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희토류 생산량의 90%를 독점한 나라이기도 하다. 첨단 가전제품부터 군사용 장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필수원료로 사용되는 희토류는 채굴 후 추출·분리 과정에서 엄청난 독성가스와 방사성물질이 함유된 폐수가 발생한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미국 등은 희토류 광산을 잇따라 폐쇄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열악한 광산 작업환경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광산으로 계속 몰려들고 있다. 농촌에서보다 비교적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어 일정한 위험을 감수하고 광산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장수바오 중국광업대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의 석탄 수요는 현재 연간 40억t이 넘지만 안전하게 석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30억t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생산량을 더 늘리려다 보니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중국 석탄 생산 기술과 안전 수준은 더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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