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소수 재벌 집중'..'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도 반복될까 [K-양극화]

박상영 기자 2021. 4. 1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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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상위 50위 대부분 재벌 계열사
인수·합병 통해 비중 계속 늘려
그룹차원 지원 적은 중·하위기업
상위 기업으로 신규 진입 어려워
소수 기업 경제력 집중 고착화로
시장 역동성 저하·부패 등 우려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소수 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이번 코로나19 이후에도 반복될까. 코로나19로 기업·산업 간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경제력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기업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할 경우, 시장의 역동성을 잃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12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재벌 및 대기업으로 경제력 집중과 동태적 변화분석’을 보면 경제위기 직후, 소수 기업에 대한 ‘쏠림 현상’은 심화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부터 2002년까지 200대 기업에서 상위그룹(1∼50대 기업)이 탈락한 비율은 약 4.3%에 그쳤다. 반면 중견기업(51~100대 기업) 8.0%, 하위그룹(101~200대)은 35.2%에 달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상위기업은 대부분 총수기업에 소속된 만큼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는 데 비해 중·하위 기업은 이 같은 지원이 없어 200대 기업에서 탈락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00년대 후반에도 반복된다. 2000년 상위 50위 기업 가운데 2017년에도 여전히 상위 50위권에 포함된 기업은 모두 30개였다. 2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기업은 5개에 그쳤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000년 상위 50대 기업이나 2017년 상위 50대 기업 모두 재벌 계열사의 대표적인 회사들이 포진됐고 2017년 새롭게 진입한 기업들도 모두 재벌그룹 계열사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재벌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며 그 비중을 늘려나갔다. 500대 기업에서 상위 5대 그룹 계열사는 2007년 79개에서 2017년에는 93개로 늘어났다. 6∼10대 그룹은 27개에서 46개로 19개가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2007년 500대 기업에서 1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21.2%에서 27.8%로 증가했다.

이 같은 경제력 집중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18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재벌에 대한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 신규 창업 위축과 주주 이익 침해, 부패와 같은 다양한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경제력 집중이 커질수록 새로운 기업의 도전을 가로막게 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해당 기업이 경제력을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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