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우상향 '희망 깜빡이' 켜졌다지만..4대 그룹 내에서도 '반도체 쏠림현상' 뚜렷 [K-양극화]

박상영 기자 2021. 4. 1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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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정유·철강 업종 부진..현대차·SK, 5년간 영업이익 '반토막'
산업 양극화, 지역경제 격차로 이어져..위기 업종, 협력업체부터 충격

[경향신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통계지표만 보면 국내 경제는 강한 회복세다. 지난 2월 전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부분 경제지표들이 우상향의 방향을 가리키며 회복하면서 희망의 깜빡이가 켜진 모습”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50대 그룹의 사업 실적을 분석해보니 특정 기업과 업종 쏠림이 커지는 ‘K자 양극화’가 뚜렷했다. 전문가들은 통계에 의한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 자동차·철강·정유 업종 추락

12일 경향신문이 50대 그룹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2016∼2019년 영업실적 자료를 종합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에도 상위 4대 그룹 내 격차는 서서히 확대되고 있었다. 2016년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영업이익에서 삼성그룹(삼성전자, 삼성SDI 등 상장사 16곳)의 비중은 2016년 46.0%에서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에 힘입어 2018년에는 59.0%까지 상승했다. 2019년에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반 정도 줄어들면서 비중도 소폭 하락(59.0%→57.0%)했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산업이 커지고 반도체 업종이 호황을 맞으면서 삼성의 비중은 다시 커지는 양상이다.

반면 50대 그룹에서 4대 그룹의 비중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50대 그룹에서 4대 그룹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65.0%로 2016년(64.0%)보다 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을 제외한 다른 그룹의 입지는 줄었다는 뜻이다. 이는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정유·철강 등 한국의 고도 성장기를 이끌었던 주력 업종이 모두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 5조원이 넘었던 현대자동차 영업이익은 지난해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조394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 실적이 부진해 현대차그룹(현대자동차 등 상장사 12곳)은 5년 전에 비해 영업이익 규모가 44.4%나 줄어들었다.

SK그룹(SK이노베이션 등 상장사 18곳)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6년 대비 64.4% 하락했다. 5년 전 3조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은 유가 하락 등으로 영업 실적이 나빠지면서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지주회사인 (주)SK도 5년 전에 비해 5조원 넘게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5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흑자로 돌리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4대 그룹 내에서는 전자업종 실적 호조에 힘입어 삼성과 함께 LG그룹(LG전자 등 상장사 13곳)만 5년 전에 비해 약 20.6% 영업이익이 상승했다. 그럼에도 4대 그룹 내 ‘삼성 쏠림’을 견제하지는 못했다. 철강 기업인 포스코그룹도 3조3551억원이었던 영업이익 규모가 2조9924억원으로 10.8% 줄어들었다. 중공업도 부진했다.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7982억원→1541억원)이 5년 전에 비해 80% 넘게 감소하면서 두산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41.2% 줄어들었다.

지난해 셀트리온·카카오 그룹이 각각 바이오와 IT 대표 기업으로 약진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각각 1조원 안팎에 그치면서 상위 그룹 전체의 지형을 흔드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 그룹 간 임원 보수 격차도 확대

이 같은 흐름은 공시 기준인 사내 보수(급여+상여+기타소득) 상위 5명(보수 지급액 5억원 이상)의 지급액에도 반영됐다. 반도체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삼성그룹은 이들의 평균 보수가 39.6% 상승했다. 4대 그룹 임원 보수 총액에서 삼성 소속이 차지하는 비중(35.2%→42.1%)도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증권과 이노션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보수가 줄며 그룹 전체 보수 규모는 6.9% 감소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는 2019년 영업실적이 보수에 반영되면서 15.1% 증가했지만 올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그룹에 비해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 입은 타격은 더 컸다. 두산그룹은 상위 5명의 보수 총액이 74.5%(259억1800만원→66억400만원) 감소했다. 주요 기업 중에는 최대 감소폭이다. 경영실적 악화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급여를 반납한 영향이다. 대한항공과 한진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에 따라 한진그룹도 상위 5명의 보수가 66.1%(133억7100만원→45억2900만원) 줄었다.

■ ‘반도체 착시효과’에 가려진 위기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효자’이기도 하지만, 취약성을 드러내는 ‘착시’의 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19로 반도체는 호황인 데 비해 다른 산업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이 같은 착시효과는 더욱 커졌다. 이는 지역경제의 격차를 벌리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실제 자동차·선박·석유제품 업종이 몰려 있는 울산은 1년 전보다 수출이 19.4% 감소한 데 비해 경기(-1.1%), 충남(-0.5%)은 반도체 수출이 선전하면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공개한 ‘1차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반도체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수출·설비투자가 성장을 견인해 경기흐름이 반등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원 다수는 반도체로 인한 착시효과를 감안하기 위해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을 산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처럼 산업 양극화가 확대되면 충격은 밑에서부터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주력 업종은 피라미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업종의 위기는 가장 하단에 위치한 협력업체부터 온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산업 전반이 어려워지면서 이들 업종에 속한 협력업체에 대한 실태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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