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논리야 - 위기철 [한성봉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출판인들이 만들고 싶은 책 중 하나는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즐길 수 있는 책일 것이다. 가족이 함께 읽는다는 것은,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와 지적 쾌락을 가짐과 동시에 한 가족의 유대를 형성하는 특별함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무렵, 시골 부모님 댁에 얹혀살던 우리 가족은 한 방에서 네 명이 함께 잠을 잤다. 형편이 어려운 탓이었지만 부모와 아이가 한 공간에서 호흡을 같이한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이들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정의(definition) 게임을 했다. 인간이란? 인간은 걷는 동물입니다. 그럼 닭은? 흐음. 인간은 걷지만 날지 못하는 동물입니다. 그럼 원숭이는? 에휴. 인간은 걷지만 날지 못하고 털이 없는 동물입니다…. 아이들은 분했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갔다. 물론 책에 있는 내용이다.
<반갑다 논리야>는 위와 같은 우화를 바탕으로 개념과 판단, 그리고 합리적 사고와 행동을 논리적으로 깨닫게 하는 아주 좋은 베스트셀러였다. 가르치지 않고 깨닫게 하는 과정이 아이들을 들뜨게 했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지만 옆에서 잠자던 아내가 깜짝 놀라 일어날 정도의 질문이나 논증을 해 보이기도 했다. 교육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둘 다 원하는 대학에 갔다.
그러니까 <반갑다 논리야> 시리즈는 아주 값싼 사교육이었다. 과외할 형편도 못 되었으니까. 훗날 책을 펴낸 사계절 출판사 강맑실 대표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두 아들 과외비를 내라고 성화였다. 내가 버럭 소리치며 대답했다. “큰애가 그 책 읽고 철학과 갔거든? 돈 못 버는 철학과 보낸 책임을 출판사가 져야 하는 거 아니야?” 하하. 당연히 농담이다.
한성봉 | 동아시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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