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계획 빠진 '특단의 대책'.. 4차 유행·백신 공급·백신 불신 첩첩산중
[경향신문]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키로 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을 점검하고 백신 추가물량 계약을 검토하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고심 끝에 마련했지만 4차 유행·백신 수급·백신 불신 ‘3중고’를 넘어설 ‘특단의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12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역전략, 방역조치 이행력 강화방안, 백신 도입 전략 및 국내 백신 개발 지원, 백신·치료제·자가검사키트 인·허가 지원 등을 논의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다수 국민이 예방접종에 참여하기 전까지 방역을 안정 관리할 특단의 대책을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최근 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싼 안팎의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가 늘며 4차 유행 경고등이 켜진 동시에 어렵사리 시작된 백신 접종도 국제적인 수급 불안정의 영향으로 물량 확보에 차질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혈전 논란’까지 생기며 시민들의 백신 수용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신 수급, 여전한 물음표
그러나 백신 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접종연령 확대, 항체 유지기간, 변이 바이러스 등 접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를 감안해 빨리 백신을 들여올 수 있을 경우 추가 구매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할 예정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물량·일정을 확정짓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앞서 계약한 노바백스 도입 일정을 확정한 것 외에 변동은 없었다.
노바백스 백신 국내 생산이 시작된 것은 진전으로 평가되지만 그나마도 당초 계획에 비하면 지연된 일정이다. 정부는 이날 노바백스 원·부자재 수급 문제를 해결했다며 “빠르면 6월 완제품 출시, 3분기부터 국내 생산된 백신 확보” 방침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 2000만명분의 ‘2분기 순차 도입’을 발표했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촉발된 백신 불신 해소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당초 접종계획에서 제외된 물량은 신속하게 고령층 접종에 활용하고, 혈전 관련 질환 등 이상 반응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온 65~74세 일반인의 범위를 60세 이상 일반인으로 넓히겠다는 뜻이다.
■집단감염 시설 현장점검, 자가진단키트 신속도입
정부가 이날 내놓은 방안 중 4차 유행 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표적 대책은 취약시설 집중점검이다. 정부는 학원, 종교·체육, 어린이집·목욕탕, 건설현장, 방문판매, 유흥시설, 식당·카페 등 9대 취약시설을 정해 오는 15일부터 집중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또 각 부처 장관을 ‘방역책임관’으로 정해 각 부의 모든 소관시설을 점검토록 했다. 교육부는 학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체국, 여성가족부는 결혼식장을 맡는 식이다.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따른 책임방역 강화 방안도 검토됐다. 정부는 일정 기간(1~2개월) 집단감염이 없었던 다중이용시설은 지자체 판단으로 방역수칙을 완화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방역실적이 우수한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가 지원된다.
지역사회에 산재한 경증·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개인이 사서 스스로 검체를 채취하고 검사할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 개발을 지원하고 이를 확진자 파악에 활용키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일정 수준 이상 정확도가 담보가 되는 제품을 전제로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 백신 수급과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없는 방역대책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을 때까지 거리두기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4차 유행이 찾아오면 거리 두기를 강화해도 늦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을 최대한 확보해 빠르게 접종을 진행하는 것, 사회적 거리 두기를 최대한 강화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방역을 고강도로 유지하는 것이 그나마 경제적 손실을 적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형국·노도현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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