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소환되는 유시민
[경향신문]
4·7 재·보궐 선거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호출했다. 유튜브에 출연해 독서 소감을 언급했을 뿐인데 주식시장에서는 유시민 수혜주까지 등장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9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라는 책에 관해 얘기하며 “(이 책을 읽고 나니) 야당에서 현 정부를 독재, 민주주의 위기라고 말하는데 어떤 가치관과 판단 기준을 갖고 이렇게 얘기하는지 약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미 하버드대 교수들이 쓴 이 책은 독재자들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각국의 사례를 들어 분석한 것인데 그의 발언은 야당인 국민의힘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됐다.
앞서 지난달 31일 그가 교보문고 유튜브 방송에서 한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이 운명으로 온다” “신념도 가변적인 것이다”라는 등의 발언도 뒤늦게 거론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정치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과 겹쳐 읽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사실 유 이사장의 발언은 유튜브 방송 전체 맥락으로 보면 특별히 주목할 이유가 없다. 우선 현 정국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한 것이 아니다. 유 이사장은 2013년 정계 은퇴를 선언해 이미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번 발언을 정치 재개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것도 무리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2일 “가끔 만난다. 유 이사장의 정치 참여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유 이사장의 발언은 여권의 강성 지지자들에게는 정치 재개 및 여권 대선 출마에 대한 강한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린다. 게다가 그는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진보 어용 지식인’을 자처했다. 여권이 4·7 재·보선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후 정국에 대한 유 이사장의 설명과 해명, 변명을 듣고 싶은 지지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평론가로서, 최악의 위기에 몰린 정부에 최선의 조언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는 삶은 운명으로 오고, 신념은 가변적인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으로서는 말 한마디 했다가 정치로 이끌려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그의 선택이 궁금하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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