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 화가 소품이 200만원..대작 못지않은 깊이와 여운

전지현 2021. 4. 1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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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역사 노화랑 '작은 그림'展
김덕기·최영욱·이강욱 등 10명
소품 10점씩 모두 100점 전시
시장 가격보다 낮게 책정해
미술 애호가에게 구매 기회
"개막 전부터 전화문의 쇄도"
김덕기 가족-함께하는 시간(24X19cm). [사진제공 = 노화랑]
대형 그림은 사람을 압도하지만, 작은 그림은 품 안에 쏙 들어오는 감동을 준다. 눈높이에 걸어두고 매일 바라보면 친구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40·50대 인기 작가 10명의 열정을 담은 작은 그림 100점이 서울 인사동 노화랑 전시 '내일의 작가·행복한 꿈'(14~24일)에 주렁주렁 걸렸다. 작품 크기(2~10호)는 줄었지만 깊이와 여운은 대작 못지않다. 2018년부터 이어온 기획전으로 화랑 문턱을 낮추기 위해 모든 작품을 200만원에 판매한다. 2006~2017년 '작은 그림-큰 마음' 참여 작가들 대부분이 원로가 되자 세대교체를 하고 전시 제목을 바꿨다.

인기 작가의 작은 그림을 200만원에 파는 서울 노화랑 전시 `내일의 작가·행복한 꿈`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1999년 '미니아트 마켓'으로 작은 그림 판매를 시작한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작더라도 명품의 감동은 여전하다"며 "그림을 사랑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을 위해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에 파는 문화 행사다. 개막도 하기 전에 벌써 전화 문의가 쇄도한다"고 말했다.

미술 호황기에는 화랑 앞에 100m 긴 줄이 섰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와 노 대표의 건강 문제로 열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애호가들이 손꼽아 기다려 온 올해 전시 참여 작가는 김덕기, 김병주, 노세환, 박성민, 안성하, 이강욱, 이사라, 이세현, 정지현, 최영욱이다.

김덕기 작가는 A4용지 만한 종이에 오방색 점으로 행복과 사랑을 찍은 '가족-함께하는 시간' 연작 10점을 펼쳤다. 팔레트를 쓰지 않고 튜브에서 짜낸 물감을 곧바로 캔버스에 꾹꾹 눌러 그렸다. 부모와 자녀가 꽃밭에 물을 주거나 정다운 시간을 보내는 소품 10점을 출품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소품이라도 한 가족의 단란한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으며, 그리는 데 들이는 정성은 대작과 동일하다"며 "그림 가격이 부담스러운 관람객과 소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강욱 Invisible Space -image s16049(40 x 30cm). [사진제공 = 노화랑]
이강욱 홍익대 교수는 세포조직과 미립자 등을 화면에 옮긴 추상작품 '보이지 않는 공간(Invisible Space)' 시리즈 10점을 걸었다. 드로잉에 비즈(구슬)를 일일이 붙인 그의 작품은 은하수처럼 반짝거린다. 8년간 영국 런던 유학 시절 그가 사랑했던 여름 햇살처럼 찬란하다.
최영욱 karma20213 S-1(28x22cm). [사진제공 = 노화랑]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푸근한 위로를 건네 더욱 각광받은 최영욱 달항아리 그림 '카르마(Karma·업)' 연작 10점도 나왔다. 가로 22㎝, 세로 28㎝ 작은 달항아리의 미세한 빙열(氷裂·도자기 표면에 난 균열)을 그리기 위해 특수 돋보기를 써야 했다. 복잡하게 교차하는 선(線)은 인생 길이자 인연으로 제목 '카르마'와 연결된다. 작가는 "큰 그림만큼 에너지가 들어가고 신경이 더 쓰인다"며 "평범한 직장인도 그림을 살 좋은 기회를 주려고 불편을 감수한다"고 했다.
박성민 Icecapsule(30 x 31cm). [사진제공 = 노화랑]
얼음 작가 박성민은 블루베리와 식물을 얼린 그림 '아이스 캡슐' 연작 10점을 출품했다. 얼음 속 식물들은 현대인의 초상이다. 작가는 "살아가면서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하고 싶은 대로 못하는 인간을 얼음에 비유했다. 반강요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상태이기도 하다"며 "현재 자연을 얼려서 미래로 가져가자는 의미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김병주, 안성하, 이사라, 정지현 작가가 새로 합류했다. 김병주 작가는 건축물 투시도를 철선으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인다. 안성하 작가는 컵에 담긴 달콤한 사탕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현대인의 욕망을 그린 작품을 걸었다. 이사라 작가는 만화 속 공주가 살고 있는 세상의 행복을 전하는 '원더랜드', 정지현 작가는 현실과 가공 사이에 있을 법한 이미지를 무한 증식한 회화를 펼쳤다.

노 대표는 "작은 그림에 더 애착이 생기고 대화가 된다"며 "미술시장에서 크기로 가격을 결정하지만, 큰 그림보다 예술적 가치가 더 뛰어난 작은 그림도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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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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