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죽' 상표 주인 따로 있다..먼저 등록하면 그만

박찬근, 노동규 기자 입력 2021. 4. 12. 20:48 수정 2021. 4. 1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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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방송을 통해서 많이 알려진 덮죽이라는 음식을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표절해서 가맹 사업까지 하려다가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자 포기했던 일이 있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서 가게 주인이 노력하고, 또 애쓴 과정을 많은 사람이 방송으로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덮죽 사장님은 상표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상표를 출원했기 때문인데,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와 대책, 저희가 취재했습니다.

박찬근 기자, 노동규 기자가 차례로 전해 드립니다.

<박찬근 기자>

[지난해 10월 12일 SBS 8뉴스 :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불매운동까지 이어지자, 업체 대표가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덮죽 탈취 소동.

방송에 나온 맛집 메뉴를 베껴 가맹사업까지 벌이려던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계획을 접었습니다.

하지만 이 덮죽 식당 대표는 아직, 덮죽의 상표권을 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그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닌 또 다른 사업자가 특허청에 '덮죽'을 아예 상표 출원했기 때문입니다.


[최민아/식당대표 : 한 분이 성함을 말씀하시면서 '그분은 가족이신가요?' 하기에, 아니라고,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그분 이름으로 상표 출원이 되어 있던데요?'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덮죽 상표를 출원한 쪽에서는 SBS 취재진의 질문에 "골목 식당은 본 적도 없고, 자신이 오래 구상해 온 죽의 이름을 덮죽으로 한 것뿐"이라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현재 덮죽 식당 대표는 덥죽 대신 급한 대로 식당 상호와 메뉴 이름을 상표 출원을 해서 특허청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행 상표법은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이른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개업할 때 메뉴나 가게 상표도 같이 출원하는 게 해법이지만, 방법을 잘 모르거나, 20만 원 넘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굳이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누가 내 가게 이름을 뺏겠나' 하는 생각도 맛집 표절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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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규 기자>

그게 다가 아닙니다.

널리 알려진 지명이나 보통명사로 이뤄진 상호도 상표권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종로빈대떡, 남산 돈가스, 의정부 부대찌개 같은 경우입니다.

이러다 보니 아예 대놓고 남의 가게 이름을 가져다 쓰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60년 가까이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부산의 한 갈빗집입니다.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인데 재작년 3월, 서울 용산구에 같은 이름의 식당이 문을 열었습니다.

[윤성원/식당 대표 : 서울서 오시는 단골들이 꽤 많거든요. 한 분이 내려오셔서 하루는, '서울에 분점을 내셨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내가 우리는 분점을 낸 적 없다고….]

서울 식당은 해운대 식당과 상호는 물론, 간판의 서체, 외관까지 비슷했습니다.


메뉴와 차림새까지 도용당했다는 생각에 해운대 식당 대표는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1심에서는 해운대라는 지명 등이 식별력이 없고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다며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윤성원/식당 대표 :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이름에서부터 글씨체, 기타 나오는 메뉴까지 똑같은데… 모든 걸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대법원은 최근 널리 알려진 타인의 성과를 빼앗는 부정 경쟁에 해당한다고 보고, 해운대 식당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김운호/변호사 : 오랜 기간 동안 한 분이 그것을 가꾸었고 (소비자가) 그 상호를 보면 누구인지를 알고 그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그 집에서 먹어보고 싶은 상태가 됐으면 법이 보호해주겠다….]

하지만 이 식당처럼 소송을 하는 건, 자영업자들로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부 차원에서 자영업자들의 상표와 상호 도용 피해에 대한 실태 파악을 서두르고 이에 대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소지혜, VJ : 정영삼·김초아, 작가 : 김채현,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박찬근, 노동규 기자ge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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