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3백 장에 5억"..약국에 돈 뜯는 의사들
[뉴스데스크] ◀ 앵커 ▶
'병원 지원비'라는 게 있습니다.
약국이 근처 병원에 수천 만원부터 수 억원씩 '지원비'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상납을 하는 건데요, 그래야 의사들이 환자도 보내 주고 처방전에 쓸 약이 뭔지도 알려 주기 때문에 약사로선 '생존'을 위해서 낼 수 밖에 없습니다.
법에선 금지하고 있지만 '안 주는 약국이 없다'고 할 만큼 '법 위의 관행'이 된 실태부터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에 새로 지은 주상복합 건물.
분양사무실을 찾아가 약국을 내고 싶다고 하자, 건물에 내과와 정형외과 등이 들어올 거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약국을 내려면 보증금과 임대료 말고 다른 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분양사무실 관계자] "3억을 병원에 따로 내야 돼요. 3억 지원금이 들어가고…"
원래 병원 측이 요구했던 지원비는 더 많았다고도 합니다.
[분양사무실 관계자] "(병원 측에서) 원래는 처방 (하루) 300개 잡아줄 테니 5억 얘기했었는데, 제가 그렇게 하면 올 사람 없다고 그나마 줄인 거고…"
대표 원장의 전화번호를 구해, 통화를 시도해봤습니다.
[입점예정 병원 대표 원장] (지원비 말씀인데요.) "전화로 뭐 왈가왈부 3억이다 5억이다 7억이다 얘기할 수도 없는 거고…" (지원비를 말씀하신 적이 없으신가요?) "지금 이 전화 가지고,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곳들은 어떨까.
인터넷에서 '병원 지원비'라고 검색해봤습니다.
처방전 300건에 지원비 3억 원.
서울 시내 한 약국은 5억 원입니다.
[H약사/수도권 약국 운영] "(병원 지원비) 무조건 있는 거예요. 없는 데는 없어요. 없는 데는 이상한 자리가 되는 거죠. 기본도 안 되는 처방전이 나오는…"
이 약국도 지난해 개업하면서 위층 병원에 현금 6천만 원을 건넸습니다.
지원비의 대가는 처방전.
시험 답안지를 알려주듯, 처방전에 무슨 약을 쓰는지 미리 독점적으로 알려주는 겁니다.
[P약사/수도권 약국 운영] "처방전이 (수입의) 거의 90% 이상이죠." (만약에 처방전 수입이 없으면?) "문 닫아야죠. 약국 할 수가 없죠."
지원비의 형태도 다양해, 원장에 따라서는, 일시금이 아닌 처방전당 일정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B약사/서울 약국 운영] "(병원) 임대료를 (약국이) 대신 내주는 형태로 하는 거라든지… 처방전당 500원, 1천원 달라고 하는 의사도 있다고 들었는데… 건당…"
병원 지원비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약사법에는 처방전 알선의 대가로 금전 등을 주고받을 경우, 받은 의사나 준 약사 모두 3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광민/대한약사회 홍보이사] "저희가 고발센터를 설치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고센터를 통해서 들어오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나 수사기관과 협력해서…"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 모두 지금까지 병원 지원비 때문에 처벌받은 의사나 약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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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병원 측이 요구하는 지원비를 거부한 약국, 어떻게 될까요?
상당한 경제적 불이익이 있다는 게 약사들의 말입니다.
의사들 가운덴, 지원비를 안 준 약국에 환자를 보내지 않는 등의 보복을 하거나, 지원비만 받고 사라지는 이른바 '먹튀' 사례까지 있었는데요.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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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수도권에서 개업한 약사 A씨.
개업 전 약품 도매상으로부터, 위층 병원장에게 2천만 원을 주라는 말을 들었지만 거절했습니다.
그리고는 10분 뒤… 이번엔 위층 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신이 주로 처방하는 약품 목록을 선뜻 주겠다고 하더니, 뒤이어 이상한 말을 합니다.
[병원 원장 녹취] "제가 약 리스트 원하시면 드리라고 했으니까 전달받으시면 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어려워가지고 저희가 지금… 돈이 많이 들어서…"
이번에도 돈을 주지 않자, 위층 원장은 한 달 뒤부터 자신이 줬던 목록엔 없는 약을 처방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새 처방약이 없어 매출이 떨어진 건 물론 사들인 약을 반품하느라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A약사/수도권 약국 운영] "문제가 뭐냐면, 오픈(개봉)이 된 거는 낱알 반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건 그냥 손해입니다."
한 술 더 떠, 지원비를 안 준 약국엔 환자를 못 가게 하는 병원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약국을 하는 B씨는 갑자기 손님이 줄어 의아해하던 중, 손님으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약사-환자 녹취] "(위층 병원에서) 거기 약이 없으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약이 없으시다고 말씀 들으셔서 다른 약국 가시는 거예요?) "네." (다른 약국은 들으셨어요?) "그냥 뭐 두 군데 얘기해주더라고요."
위층 병원장에게 따졌더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B약사/서울 약국 운영] "가서 말을 했죠. 그랬더니 "오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내가) 받은 것도 없지 않느냐"… 지나가듯이…"
병원 지원비만 떼먹는 이른바 '먹튀' 의사도 있습니다.
경기도 시흥의 약사 C씨는 2년 전 개업하면서 위층 병원장 이 모 씨에게 지원비 2억 원을 줬습니다.
두 개 층에 걸쳐 준종합병원을 열 거라던 이 원장은 그러나 의사 1명만 남긴 채 떠났고, 병원은 지난해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C약사/경기도 시흥] "처방전이 (하루) 380건 이상은 나올 거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그래서 2억원을 주기로 한 거죠. 실제 처방전은 하루에 10건도 안 나왔어요."
전문가들은, 병원 지원비로 당장 힘든 건 약사들이지만, 국민들 역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의사들이 병원 지원비를 조건으로, 약국 측에 일정 건수의 처방전을 약속하기 때문에, 이걸 채우기 위해 과잉 처방을 한다는 겁니다.
[박호균/의사 출신 변호사] "약품 하나만 (처방)해도 되는 걸 두 개나 한다든가, 불필요한 약들이 처방될 수도 있고요. 결국은 그 피해는 소비자한테 가는 거죠.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국민 의료비가 상승하는…"
MBC의 취재에, 보건복지부는 병원 지원비 실태를 파악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한약사회는 돈을 준 약사가 의사를 신고할 경우 약사의 처벌을 줄여달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대한의사협회는 아예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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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기자 (letswi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47452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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