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정전 사태는 이스라엘 소행?

유태영 2021. 4. 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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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중부 나탄즈의 핵시설이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을 받아 정전 사태가 빚어졌다.

이란 당국은 가해자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은 익명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나탄즈 핵시설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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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비열한 테러.. 상응 조치"
이스라엘 방송 "모사드가 공격"
NYT "복구 9개월.. 농축에 타격"
핵 합의 복원협상에 영향 미칠 듯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핵기술의 날’을 맞아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의 새로운 핵 성과 전시회에서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원자력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이란은 이날 나탄즈 지하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 IR-5·IR-6 가동을 시작했으나, 이튿날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을 받아 정전 사태가 빚어졌다. 이란 대통령실 제공, AP연합뉴스
이란 중부 나탄즈의 핵시설이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을 받아 정전 사태가 빚어졌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날 “나탄즈 지하 핵시설의 배전망 일부에서 사고가 있었다”며 “인명 피해나 오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국영TV를 통해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단순 사고가 아닌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이자 ‘비열한 핵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국제사회가 이에 대응해야 한다. 이란 정부는 가해자들에게 상응 조치를 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가해자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은 익명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나탄즈 핵시설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관행대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여러 면에서 미묘한 시점에 발생했다. 먼저 이란 정부가 나탄즈 지하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가동한 지 하루 만에 일어났다. 미·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들은 뉴욕타임스(NYT)에 “나탄즈 원심분리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이 완전히 파괴돼 생산 능력 복구에 최소 9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란으로서는 핵합의 복원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를 잃은 셈이 된다. 이란은 그간 핵합의에서 정한 핵프로그램 동결·감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미국의 핵합의 파기와 경제 제재에 맞서왔기 때문이다.

지난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합의 복원을 위한 당사국 회담이 시작된 가운데 핵합의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스라엘이 행동에 나섰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위기가 불거진 이후 사이버 공격, 핵 과학자 암살 등의 방해 공작을 펴왔다.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란 분석가 헨리 롬은 “이란 정부는 균형을 맞추기 까다로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공격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신호를 주려면 이스라엘에 보복을 해야 하지만, 그로 인해 서방국가들의 핵합의 복원 의지가 꺾이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침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이고 철통같은” 미국의 헌신을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 정부의 핵합의 복원 노력에 비판적인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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