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불확실성 해소' SK이노베이션 12%↑..배터리 소재주도 동반 급등

한경우 2021. 4. 1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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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2년 넘는 기간 걸친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전지사업본부)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분쟁이 합의로 마무리된 영향으로 12일 SK이노베이션이 급등했다. 합의금을 받게 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0% 보유)도 소폭 올랐다.

이와 함께 미국의 SK이노베이션 공장으로 향할 배터리 부품을 만드는 데 사용될 소재를 납품하는 기업들의 주가도 납품처를 잃지 않게 됐다는 안도감에 급등세를 보였다.

◆ '2조 합의'로 K-배터리 불확실성 해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전일 대비 2만8500원(11.97%) 오른 26만6500원에, LG화학은 5000원(0.625) 상승한 81만7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 사이의 합의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모두 2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국내외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한편, 향후 10년 동안 쟁송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전날 발표했다. 지난 2019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직원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도 함께 빼돌리도록 했다며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ITC는 올해 2월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는 최종 결정을 내놨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합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합의금 규모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던 양측에 합의하라는 압력을 미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전한 것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두 회사의 합의 발표가 나오자 백악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미국 노동자들과 미국 자동차 산업의 승리"라며 "미국의 미래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합의를 위해 노력해준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게 되면서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급등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게 되면 규모가 큰 거래처를 잃을 수 있지만, 이 같은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에코프로비엠(8.54%), 엘앤에프(7.76%), 포스코케미칼(4.97%), 천보(2.49%) 등이 강세를 보였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는 미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고, 관련된 소재와 장비 기업 또한 전방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윈윈(Win-Win)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 증권가 "예상보다 적은 합의금…SK이노베이션에 더 긍정적"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주가의 오름폭에서 나타나듯이 이번 합의가 SK이노베이션에 더 긍정적이라는 증권가 평가가 나온다. 이번 분쟁의 본안소송이라고 할 수 있는 미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유럽에서도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낮았던 합의금은 SK이노베이션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배터리 사업가치 반영에 있어 유일하게, 그리고 치명적이었던 학재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이번 합의에 대해 "단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 주가에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향후 적극적으로 수주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며 "전기차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경쟁력 있는 배터리 업체는 4~5개에 불과해 SK이노베이션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여전히 배터리 사업에서의 불확실성, 재무부담 및 자회사 지분 희석 우려는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30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내렸다. 대신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를 통해 배터리 사업 및 분리막 사업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며 투자의견은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올렸다.

◆ 남은 불확실성은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걱정없다"

폭스바겐 전기차 ID.4 모델. [사진 출처 = 연합뉴스]
LG화학 역시 이번 합의로 투자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공격적인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 지역에 약 5조원 이상을 투자해 현재 5기가와트시(GWh)인 배터리 생산 규모를 145GWh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12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청사진이 제시되자 LG화학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5일 96만6000원까지 오르며 100만원선 탈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유럽에서 폭스바겐이 '파워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배터리 내재화 방침을 밝히자 이튿날부터 맥없이 빠지며 지난달 23일에는 80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각기둥형 배터리를 주력 전기차 배터리로 삼고, 스웨덴 노스볼트 등을 통해 자급률을 80% 수준까지 높인다고 선언한 영향이다.

이에 대해 박연주 연구원은 "배터리는 소재 및 양산 기술이 중요해 후발 업체의 기술 확보가 어렵다"면서 "기술력이 강한 업체들의 원가가 싸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의 내재화 전략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우며, 선발 배터리 업체 위주의 과점 시장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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