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춘추전국시대 열린다] 데이터發 금융 혁명 시작..256조 시장 쟁탈전 예고

김문관 기자 2021. 4.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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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산하 기관인 금융보안원은 분주한 모습이다. 8월 4일 마이데이터(My 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시행을 앞두고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테스트베드(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 혹은 시스템) 역할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허가를 받아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둔 28개 회사는 금융보안원에서 각자 개발한 관련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보안상 문제는 없는지를 시험해야 한다. 

김영기 금융보안원 원장은 ‘이코노미조선’과의 통화에서 “금융위와 함께 소비자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8월까지 전 서비스에 대한 적합성 심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발(發) 금융 혁명을 예고한 마이데이터 사업이 닻을 올렸다. 마이데이터란 금융사와 빅테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본인이 관리하는 개념이다. ‘자기정보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개인은 언제든 자기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할 것, 그 데이터는 제삼자에게 활용 가능한 형태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할 것, 내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 가능할 것 그리고 내 데이터를 사용하고 싶은 사업자가 있다면 반드시 내게 동의받아야 할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위 허가를 받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개인 데이터를 통해 투자 자문, 대출 중개, 신용정보업 등 다양한 업무를 겸업할 수 있다. 금융 업계를 중심으로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빅테크, 이동통신사 등이 마이데이터 혁명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를 융합해 맞춤형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사업 선점에 대한 사업자 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실제 금융위는 4월 23일부터 2차 마이데이터 예비 허가 신청을 받는데 은행, 증권, 보험, 카드, 핀테크, 빅테크 계열사, 연금 서비스 회사 등 약 80개 회사가 사전 신청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지난해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마이데이터 사업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확실한 점은 금융권 안팎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개인의 분산된 금융 정보를 한곳에 통합해주고, 알고리즘 방식의 맞춤형 금융 자문 및 금융 상품 추천을 하게 된다. 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의 입출금 내역, 카드 거래명세, 대출금 정보, 보험 계약 정보, 증권사 입출금 내역, 상품 구매 내역, 통신료 납부 내역 등을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다. 쇼핑 주문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도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한다.

기존에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축적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았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소비 패턴과 위험 성향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정교한 상품과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특히 빅테크와 융합 효과가 큰 기대를 모은다. 빅테크 기업의 금융 분야 성공 사례로는 중국 마윈(馬雲)의 앤트파이낸셜이 손꼽힌다. 앤트파이낸셜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원의 소비 패턴과 취향, 행동을 파악해 맞춤형 일대일 마케팅을 펼치는 것. 일례로 한국에서는 생소한 자동차 자판기 판매도 있다. 소비자는 알리바바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원하는 차량을 선택하고 가장 가까운 판매점으로 간다. 매장에서는 안면인식이나 로그인 코드로 소비자 본인임을 확인한 후 사전에 선택한 차량을 자동 주차 기계로 반출한다. 구매할 경우 찻값의 10%를 지급 결제 앱인 알리페이로 지불하면 된다. 대출금 상환 조건도 스마트폰으로 제시된다.

성장세 가파른 데이터 시장

아직 구체적인 마이데이터 시장 규모 통계는 없다. 다만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시장 규모는 올해 21조4738억원에서 2025년 32조9705억원으로 53.5%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전 세계 빅데이터 시장 규모가 2020년 1380억달러(약 154조원)에서 2025년 2290억달러(약 256조원)로 65.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데이터의 해외 서비스는 다양하다. 넓게 보면 개인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가 있다. 이들은 지급 결제 분야도 계속 넘보고 있다. 핀테크도 약진하고 있다. 4월 7일(현지시각) 미국 방송 CNBC는 핀테크 회사 플레이드(Plaid)가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금융 기술 벤처기업 리빗캐피털, 알티미터캐피털이 주도한 시리즈D 펀딩에서 4억2500만달러(약 4760억원)를 투자받았다고 보도했다. 플레이드는 핀테크 회사들을 대상으로 각각이 고객 계좌에 연결하는 데 필요한 API를 제공한다. 2020년 1월 기준 미국 핀테크 회사의 80% 이상은 플레이드의 API를 이용한다. 벤모(Venmo·송금 서비스), 로빈후드(Robinhood·증권 거래 앱 서비스) 등이 플레이드의 고객사다. 

영국의 디지미(Digi.me)는 유럽에서 주목받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다. 이 회사는 금융은 물론 소셜미디어(SNS), 의료, 엔터테인먼트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 데이터 결합과 분석을 통해 질 좋은 라이프스타일 제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에서 첫 시도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는 금융을 시발로 핀테크, 빅테크, 통신사 등과 융·복합이 이뤄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21세기의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 경제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업권별 경계가 무너진다는 의미가 있다. 금융의 디지털 혁신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1단계 언번들링(unbundling·기존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쪼개는 것)과 2단계 디지털플랫폼화를 거쳐, 3단계인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융합 단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외 마이데이터 도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앞으로 개인 금융 데이터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SNS 위치 정보와 의료 정보 등 타 분야 데이터와 결합할 경우 우리가 생각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등장해 막대한 부가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하는 동시에 데이터 교류가 활성화하면 소비자 효용 극대화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한 마이데이터 시장의 현 상황을 살펴봤다. 전문가 제언을 통해 거버넌스 정립 등 마이데이터 사업 성공을 위한 정책적인 조언도 들었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데이터 기반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 시작이다.

plus point

남은 입법 과제도 주목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의 성공을 가를 남은 입법 과제도 주목된다. 2020년 8월 5일 시행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다양한 입법 절차가 이미 진행됐으나 아직 미진한 부분도 있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경제계가 꼽은 10대 혁신 지원 조속입법과제’에서는 의료 분야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추가 개정안이 거론됐다. 이는 아직 법안 발의도 되지 않은 상태다. 데이터 3법 통과 후 후속 과제로 꼽혀온 이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의료 분야는 물론 공공·에너지·보건·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마이데이터 적용 분야를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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