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칼럼] 새로운 서울을 기대한다

2021. 4. 12. 19: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우리에게 서울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고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은 2011년 8월 16일에 취임한 이후 9년 동안 서울을 이끌었다. 2012~2019년 기간 서울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2%로 전국 17개 지자체 중 10위에 머물고 있다. 2002~2011년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5%였다. 지난 9년 동안 서울 시민은 저성장을 감내해야만 했다. 박 시장은 잘못된 비전으로 불합리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불행이 거듭된 것은 시정의 거버넌스가 진영논리로 왜곡됐기 때문이다. 시정의 실패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박 시장은 '앞으로 농업의 수도는 서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스팔트에서 농사짓는 비법이라도 전수할 태세였다. 취임 후 시청 옥상에 양봉장을 설치했다. 이러한 행동이 자신의 진영에게는 감동을 주었을지는 몰라도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에게는 모욕적 행동이다. 더욱이 서울 시민이 농업 도시라는 비전에 동의한 적도 없다.

박 시장은 9년간 서울 시민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는 것보다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려 했다. 취임하자마자 사회적 기업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사회적경제조직은 2011년 이후 급증해 2020년 기준 1203개가 됐다. 협동조합의 수는 606개다. 생겼다 없어지는 바람에 정확한 통계는 오리무중이다.

서울시 등록 시민단체의 수는 2019년 11월 30일 기준 2295개로 취임 이후 79.5% 증가했다. 수많은 시민단체 중에서 선별된 시민단체만이 지원을 받는다. 2020년에만 174개의 시민단체에 26억 5600만 원을 지원했다. 지원 기준이 궁금하지만, 이들이 무엇을 했는지가 더 궁금하다. 사회적 경제 조직과 시민단체는 늘었어도, 서울시의 일자리 상황은 악화하고, 경제는 저성장 늪에 빠져 버렸다. 실업자 수는 취임 이후 2013년을 제외하고 개선된 적이 없다. 서울시의 실업률은 지난 9년간 상승해 왔고, 지금은 17개 시도 중에 최하위 수준이다.

협동조합으로 경제활동 범위를 좁히고, 사회적 기업이라면서 이윤을 부정했다. 경제활동 범위와 시장이 좁아지면 분업이 제한된다. 분업이 제한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쟁력도 떨어진다. 임금도 오를 수 없다. 이윤이 없으니 자금도 모자라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없다. 사업을 확대하지 못하니 일자리가 늘 수 없다. 협동조합의 수는 소득이 낮은 나라일수록 많아진다. 헛된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면서 경제 논리와는 거리가 먼 정책만 추진했다.

서울시의 공간 정책도 이데올로기에 오염됐다. 페인트로 그림을 그린다고 비탈진 골목길에서 물류가 흐를 수 없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규제하고, 서울을 현대화할 수 있는 지역을 공원으로 지정하는 등 재산권을 침해했다. 시대에 뒤처진 주택 정책을 고집하다가 집값만 올렸다. 실사구시의 정책으로 세계적 기업과 세계인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감성적 공간 정책만 고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의 왜곡된 거버넌스다. 공익성이 전혀 없는 사업에 공공의 역할을 강조한다. 불투명한 태양광 사업으로 각종 의혹이 제기된다. 교통방송의 운영이 왜곡돼도 시정되지 않는다. 좌익이 주장하는 주민자치기본법은 왜곡된 거버넌스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영향력이 있는 소수의 시민단체나 자기 사람들로 구성된 사무국에서 시정을 실효적으로 통제한다. 주민자치를 주장하지만, 일반시민은 외면됐다. 지자체장이 선거로 바뀌어도 시정을 바꿀 수 없도록 서울의 거버넌스가 바뀌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처럼 시장이 공산당 서기의 눈치를 보며 업무를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신임 시장은 왜곡된 거버넌스를 정상화하고 전체 시민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우(Kenneth Arrow)는 위원회와 같은 의사결정 과정이 소수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 의해 장악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각종 위원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익 생태계를 제거해야 한다. 서울 주민자치제도, 태양광사업, 공공자산의 사회적 경제 유용, 제로페이 등 실패한 정책은 정리하고, 정책의 합리성을 되찾아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변화된 서울이 필요하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