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수 더블링 우려" 말뿐, 방역대책은 제자리걸음
당국 "4차유행 현실화땐 3차보다 심각"
경고와 대책 '간극'..확산세 꺾기 실기할라
코로나19가 4차 유행 초입에 들어선 가운데, 정부의 대국민 ‘경고 발언’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1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자칫 방심하다가는 폭발적 대유행으로 번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국면”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확산세를 초기에 꺾을 뾰족한 묘수는 내지 못하고 있다. 신속한 백신 수급엔 이미 한계가 드러난데다 정부 책임자들의 ‘경고성 말’과 ‘정책’ 사이의 간극은 도드라지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한동안 400명대를 유지하던 일일 확진자 수가 600명대로 늘어나며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여기서 밀리면, 민생과 경제에 부담이 생기더라도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처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587명으로 600명보다 적었지만, 이는 주말 검사감소 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 한 주(6∼12일)간 신규 확진자 수는 606.6명으로 전국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방역 긴장감을 높이려는 ‘구두 경고’는 이뿐이 아니었다. 이날 오전엔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이 “당장 단계를 격상해도 부족한 위기 국면”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중대본은 “1∼2주 만에 (하루 확진자 수가 갑절로 늘어나는) 더블링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며 “3차 유행과 비교해 3배 이상 긴 정체기와 4배 이상의 환자 규모를 고려할 때, 3차 유행보다 더 큰 유행 가능성이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대본은 지난 9일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거리두기를 3주 연장 시행하고, 수도권과 부산에서는 유흥시설의 영업을 금지하는 ‘제자리걸음’ 대책을 내놨다. “국민 불편이 장기화하고 자영업자의 고통과 피해를 고려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강도태 1차관의 이날 설명이다.
문제는 11월 말~12월 초(3차 유행)에도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처 등에 주춤해 유행을 키웠는데, 지금도 그럴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할 때 방역 강화 조처는 1∼2주 뒤에나 확진자 수 감소 효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확산세가 보인다면 신속하게 대응 수위를 조정해야 실기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4차 유행은 지난주 시작됐는데도 방역 강도를 높이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 1000∼1500명 확진자가 발생하는 대유행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현재까지의 백신 접종률(12일 0시 기준 1차 접종 누적 115만7255명)로는 완화된 방역을 가지고 유행을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핵심 수단인 다양한 백신 수급이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의 핀셋 방역이나 방역조치의 이행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으론 현재의 유행 추세를 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특별방역점검회의 뒤 고위험군 집중관리, 진단검사 효율화, 변이 바이러스 확산 차단 등 기존 방역원칙들을 재확인하는 한편, 현장의 방역수칙 위반에 무관용으로 대응하고 각 부처 장관 소관 시설에 대해 ‘방역책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방역 대책의 고삐를 좀 더 죄겠다는 얘기지만, 큰 변화는 없는 셈이다.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과 방역정책을 조율하는 것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업종·업태별 맞춤형 방역수칙을 수립해 기존 방역수칙을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4차 유행이 시작한 국면에서 새 서울시장이 방역을 더 완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국면에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일사불란하게 ‘원보이스’(한목소리)로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하얀 서혜미 이완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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