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146km, 이승민의 136km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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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장면이었다.
그에게는 원래 볼 배합이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동안 오승환의 경기를 숱하게 지켜보았지만 이런 볼 배합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5구 연속이면 '돌직구' 오승환에게 변화가 왔다고 짐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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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KT와 삼성의 대구 경기. 9회초 삼성은 오승환(39)을 마운드에 올렸다. 4-1로 3점차 리드이니 세이브 조건을 채웠다. 첫 타자는 7번 문상철. 초구 슬라이더에 헛스윙. 슬라이더의 초반 궤적은 직구와 유사하다.
직구를 노리고 있었다면 헛스윙하기 십상이다. 상대가 오승환이었으니 으레 초구 직구를 예상했을 것이다. 다음에는 직구겠지. 하지만 이후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오승환은 5구째까지 내리 변화구만 던졌다. 그동안 오승환의 경기를 숱하게 지켜보았지만 이런 볼 배합은 처음이었다. 원조 삼성 시절은 물론 일본프로야구나 메이저리그서 활약할 때도 5구 연속 변화구는 보지 못했다.
이전보다 조금씩 변화구의 비중을 높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5연속 변화구는 예상 밖이었다. 1~2개면 볼 배합을 역으로 가져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5구 연속이면 '돌직구' 오승환에게 변화가 왔다고 짐작해야 한다. 더구나 포수는 누구보다 오승환을 잘 아는 단짝 강민호였다.
이번엔 지난 8일 잠실구장. 삼성과 두산 경기. 4회말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5번 양석환 타석. 타자는 볼카운트 1-2로 몰려 있었다. 마운드에는 2년차 이승민(21). '제2의 유희관'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투수다. 그만큼 직구 구속이 느리다. 이승민은 최고 구속 140㎞를 넘지 않은 투수다. 유리한 볼카운트이니 변화구를 예상했다. 정작 이승민이 빼든 카드는 직구였다. 136㎞ 직구에 양석환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포수는 역시 강민호였다. 앞서 오승환의 6구째 직구는 146㎞.
이승민은 6이닝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막았다. 개막전 이후 4연패를 당한 팀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외국인 두 투수도, 백정현이나 원태인 두 선배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이승민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그런데도 고교(대구고) 시절 봉황대기 결승 등 굵직굵직한 경기서 인상적인 호투를 펼쳤다. 2018년 제46회 봉황대기 결승서 북일고를 상대로 5회까지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 팀에 우승을 안겨줬다. 당시 이승민은 2학년이었다.
2학년이면서 그 정도 피칭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멘탈이기에 가능했다. 4연패에 빠진 팀을 구원한 8일 경기의 싹수는 이미 3년 전 고교무대 결승을 통해 예고된 셈이다. 이승민은 이날 6회까지 93개의 공을 던졌다. 그 가운데 직구는 46개였다. 전체 투구의 절반이 직구였다. 변화구의 수가 딱 하나 더 많았다. 130㎞ 초·중반 직구로 강타선을 상대하려면 원하는 곳에 공을 꽂아넣는 커맨드(command)와 배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승환은 시즌 3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김상수(SSG·4세이브)에 이어 공동 2위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이 6.75로 너무 높다. 오승환은 시범경기 때만해도 '끝판왕'의 위세를 이어갔다. 두 차례 시범경기서 2이닝 무실점으로 사자우리의 수호신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정규시즌에선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6일 두산전에 나와 ⅓이닝 1실점으로 불안감을 드러냈다. 안타 1개와 볼넷 2개를 내줬다. 이후 KT를 상대로 두 경기 연속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298세이브를 기록중이다. 대망의 300세이브까지 두 개만 남겨놓고 있다. 일본(80)과 메이저리그(42) 시절을 합하면 400세이브(420)를 훌쩍 넘겼다. 오승환의 146㎞ 직구와 이승민의 136㎞ 직구를 보면서 새삼 '야구는 알 수 없다'는 말을 떠올렸다. '느림의 미학'이 결코 '돌직구'만 못하지 않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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