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되기 쉬운 성범죄자.. '약식기소' 신중론

이희진 2021. 4. 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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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피의자인 김태현(25)은 범행 전 3건의 성범죄 전과가 있었다.

김태현이 지난해 미성년자에게 신음소리를 내 검찰에 넘겨졌을 때, 성적인 욕설과 여자화장실 침입 전적이 있었지만 검찰은 범행 동기 등을 종합 판단해 약식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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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계기로 제도 보완 목소리
성적 욕설·화장실 침입·음란 전화
김, 3차례 벌금 전과 모두 性 관련
"檢, 재범 후에도 약식기소는 오판"
"상습 성범죄자 성도착증 등 의심
보호관찰받게 정식 재판 고려를"
지난 9일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피의자인 김태현(25)은 범행 전 3건의 성범죄 전과가 있었다. 적발될 때마다 처벌은 모두 벌금형의 ‘약식명령’에 그쳤다. 그가 저지른 성범죄는 강력범죄의 전조증상이었음에도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은 위험신호 감지에 실패했고, 결국 끔직한 범행으로 이어졌다. 성범죄 특성상 경미하더라도 상습성·진화 가능성을 들여다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김태현을 막으려면 피고인의 반사회성·재범 가능성을 파악해 보호관찰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태현이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후 살인을 저지르기까지는 단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가 처음 적발된 건 미성년자였던 2015년 9월이었다. 성적인 욕설을 해 모욕죄로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2019년 11월엔 PC방 건물 여자 화장실에 몰래 침입했다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에 처해졌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6∼8월엔 미성년자에게 전화로 신음소리를 내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약식명령은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과료 등을 부과하는 재판 절차다. 약식기소 여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검사가 결정한다.

김태현이 지난해 미성년자에게 신음소리를 내 검찰에 넘겨졌을 때, 성적인 욕설과 여자화장실 침입 전적이 있었지만 검찰은 범행 동기 등을 종합 판단해 약식기소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화장실 침입이나 음란메시지 전송은 수법만 다를 뿐 똑같은 성범죄”라며 “검찰이 이를 동종전력으로 보고 상습 및 범죄 진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인식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타 범죄보다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는 벌금형을 내리는 데 더욱 유의해야 한다. 벌금형에 그칠 경우 별도의 치료명령이나 수강명령 등 재범 방지를 위한 보호관찰을 명령하기 어려워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약식명령 대상자들을 보호관찰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김태현은 이전 범죄들에서 왜곡된 성인식을 갖고 있는 게 드러나고 있는 만큼 벌금보다는 이를 개선할 치료나 교육이 훨씬 더 필요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습적 성범죄자의 추가 범행을 막기 위해선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보호관찰 등을 명하기 위해 피고인 관련 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 판결전조사제도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법원도 판결전조사제도를 활용해 범죄자가 성도착증이나 사이코패스 성향 등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미리 확인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희진·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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