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총리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이란 말 흘려듣지 말아야"
"마지막 순방 왔다"..대선 출마 위해 사퇴 시사
(테헤란=뉴스1) 박주평 기자 = 이란을 방문 중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12일(현지시간)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이란 지도자들의 말씀이 있었다. 그냥 듣고 흘려서는 안 된다. 진정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게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며 이란과의 관계 회복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이란 테헤란 에스피나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불편하다고 모른 척하다가 상황이 호전돼서 챙기려고 나서면 호응을 잘 받기 어렵다. 어려울 때 만나서 국가적 차원에서 외교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전날(11일) 오후 3시30분 이란에 도착해 에스학 자한기리 제1부통령과 회담 및 공동기자회견, 만찬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에는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전 이란 국회의장) 등과 잇따라 면담했다. 라리자니 고문의 경우 정 총리가 지난 2017년 국회의장으로서 이란을 방문했을 때를 비롯해 여러 차례 만나 친분이 있다.
자한기리 부통령은 전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측에 국내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수출 대금 약 70억달러(7조6000억원)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했고, 정 총리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와 관련해 당사국 대화의 진전을 지원하고,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또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준수하는 수준에서 인도적 교역을 확대하고, '경제협력점검협의체'를 만들어 이란 핵 합의 이후 가능한 경제협력을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
정 총리가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안전과 자유도 강조하긴 했으나, 일각에서는 이란이 '한국케미호'를 지난 1월4일 '환경오염'을 이유로 나포해 95일간 억류했다가 풀어줬는데도 지나치게 '저자세'로 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정 총리는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소신을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제가 외신기자클럽 간담회(2021년 1월27일)할 때 관련 질문이 있어서, '이건 이란 돈이다, 주인한테 돌려주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며 "사실 길을 찾아서 빨리 돌려주는 게 좋다, 그게 우리 국익에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제약이 있어 여태까지 실행이 안 됐다"고 했다.
또 "2017년에 양국 교역 규모가 120억달러 정도 됐는데, 지금(2020년)은 2억달러니까 우리가 피해를 많이 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정 총리는 "국내나 국제관계나 소통이 정말로 중요하다. 제가 온 것과 오지 않은 것하고는 앞으로 국익을 지키는 데 차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국격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 한 푼이라도 아끼고, 국제사회 기여도 최소화하는 태도로는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제 위상을 찾고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우리나라 국무총리가 이란을 방문한 게 최규하 전 총리 이후 44년 만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59년 동안 한국과 이란이 여러 가지 협력했는데도 지도자들의 교류는 적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면서 "앞으로 양국 지도자들이 지속해서 교류하면서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한 번 와서 그렇게 큰 변화가 있겠느냐마는, 양국 간 지도자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마지막 일정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이란에 진출한 우리 기업 대표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한다. 정 총리는 "관계가 어려워질 때 끈질기게 기회를 보고 관계를 유지하는 건 일종의 투자"라며 "여기에 남아 고군분투하는 분들에 대한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간담회를 마친 후 오후 5시30분 메흐라바드 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되는 정 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게(이번 해외 방문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다. 순방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총리로 기록을 세울까 했었는데 순방을 여러분과 함께 오게 됐다"며 곧 사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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