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잡는 똑똑한 앱..건설사 마음도 잡았다

류준영 기자 2021. 4. 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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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건설硏 1호 연구소기업 재난안전기술, 김영찬 대표·백용 복합재난대응연구센터장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 밀집도는 높아 초고층·지하연계 빌딩을 계속 지을 수 밖에 없어요. 회사가 계속 커 갈 수 있는 시장이 그만큼 있는 거죠.”

김영찬 재난안전기술 대표(사진),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 복합재난대응연구센터장(사진)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20m 이상의 굴착 공사는 1년에 약 1600건 이뤄지고,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110개 정도로 수로 따지면 전 세계 3위 수준”이라며 재난안전기술의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센터장/사진=류준영 기자

재난안전기술은 건설연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현물출자한 기업으로 복합재난대응연구단 연구성과물의 사업화를 목적으로 2019년 7월 설립됐다. 국내 건설기술 분야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온 제1호 연구소기업이다. 민간 기술 마케팅 전문가인 김영찬 씨가 대표를, 백용 단장이 기술 개발·이전, 업그레이드 등을 총괄하는 CTO(최고기술경영자) 역할을 맡고 있다. 건설연이 초기 투자금으로 7500만원, 백악지오이엔씨·엠테이크·와이티빌·코암테크·티앤블루랩·이지에버텍과 개인투자자 2명이 총 2억 4000만원을 넣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은 도심지에서 굴착 공사 중 '싱크홀(땅 꺼짐)'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지반 함몰·침하 위험성 평가 기술’로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테면 H빔이 휘었는지, 지표면이 가라앉는 정도나 도로 균열 여부, 파 들어간 지반의 특성이 자갈층인지, 점토층인지 등을 현장 인력들이 실시간으로 입력하게 돼 있다. 시공사는 이 데이터를 통해 공사 일정에 맞춰 관리할 수 있고, 안전 문제도 즉각 처리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복합지하상가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백 단장은 “지하 7층으로 도심공항터미널, 버스환승센터, 주차장, GTX·KTX 승강장, 시민편의 공간 등이 모두 들어서게 되면 작은 진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첫 시공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다른 노선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찬 (주)재난안전기술 대표/사진=(주)재난안전기술

최근 지하철 역사나 아파트 지하주차장, 지하상가에 돌발 홍수가 발생해 침수가 일어나는 피해 사례가 잦은 데 이를 사전 예방하는 ‘사물인터넷(IoT) 연계 침수방지문’ 기술도 가지고 있다. 이는 집중 호우시 센서와 AI(인공지능)가 강수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하시설·건물로 급격하게 물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한다.

이외에 △지진 발생 직후 1~3분 이내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대피 여부를 판단하고 경고 알람을 발송하는 ‘재난 피해 예측 및 분석시스템’ △국립공원 등 탐방로 부근, 도로 및 주택 인근 산지에 산재하는 낙석 위험 블록에 부착해 위험블록의 순간적인 거동 양상을 감지해 즉각적인 경보 표시를 해주는 '사면 거동 모니터링 시스템'도 있다.

회사는 이런 기술들을 토대로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도화엔지니어링·유신·단우기술단 등과 함께 각각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3공구 건설 △오산-용인 고속도로 건설 △월곶 판교 복선전철 6공구 건설 공사의 설계 계약사로 참여, 총 9000만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김 대표는 “올해부턴 설계 시 반영했던 상용화 기술 제품·서비스들의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져 더 큰 실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범한 지 1년이 채 안 된 상황에서 각종 거대 건설사업에 연이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의 기술이 타사 스마트건설 기술의 가격 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백 단장은 “다른 곳이 수억원대라면 우리는 기본설계에서 3000~4000만원 정도를 부르는 수준으로 현장 사정과 시공사의 눈높이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보통은 연구자 대부분이 세계적인 연구를 지향하지만 그러다 보면 너무 앞서가 결국 현장과의 괴리가 생겨 사장되기 십상”이라며 써 먹지 못하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 정부가 산업재해 이슈를 민감하게 여기며 그냥 넘기지 않는 분위기여서인지 업계 분위기도 사고율을 낮출 수 있고, 품질관리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스마트건설 솔루션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면서 "(우리 기술은)국책 연구소가 개발 보증한 기술인 데다 납품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중소·중견 시공사의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도로 공사현장에서 지하 지질 상태를 첨단기기를 통해 파악중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 복합재난대응연구센터 과학자들/사진=건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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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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