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제부터 세제개편을 고민해야 한다 / 김현동

한겨레 2021. 4. 1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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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국민의 재산을 빼앗아가므로 침익적이다.

오죽했으면 세금을 거위 털 뽑기에 비유하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개인, 기업이라는 경제주체의 행위에 세금은 큰 영향을 미친다.

세금이 자칫 잘못 개입하면 경제 질서를 교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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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동 ㅣ 배재대 교수(조세법)

세금은 국민의 재산을 빼앗아가므로 침익적이다. 그런 까닭에 조세저항은 항상 잠재되어 있다. 오죽했으면 세금을 거위 털 뽑기에 비유하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개인, 기업이라는 경제주체의 행위에 세금은 큰 영향을 미친다. 세금이 자칫 잘못 개입하면 경제 질서를 교란하게 된다. 세금은 만능이 아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문제를 세금이라는 수단으로 전부 해결할 수 없다.

지금 집값 상승, 보유세 증가, 기본소득 재원조달이 가장 큰 논란거리로 모두 세금과 직결된다. 세 이슈 모두 내년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만큼 파급력이 크다. 이렇듯 세금은 늘 정치의 영역 한가운데 있다.

세금 문제에 이분법적 사고와 선동이 끼어들면 이 사회에 극심한 갈등과 혼란이 일어난다. 지금처럼 말이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보유세와 양도세를 함께 올렸다. 불로소득의 철저한 환수가 그 이유다. 얼핏 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식으로 속 시원하게 들린다. 그러나 부(富)에 매기는 세금(보유세)이 소득세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양도세와 보유세의 본질은 같다. 둘은 시소의 관계다. 하나를 많이 올리려면 다른 하나는 좀 내려야 한다.

한편, 집값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까닭에 가격을 낮추고 싶다면 수급을 개선해야 한다.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줄이거나 아니면 둘 다 하면 된다. 그런데 매수세가 우세하고 신규 주택 공급이 당장 없는 상황에서 양도세로 기존 주택의 매물 출현까지 틀어막아버리면 수급 개선이 될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그간의 부동산 대책이 잘못되었다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안다. 왜 잘못되었을까. 이분법과 선동에 터 잡은 그릇된 생각 때문이다. 양도세 인하는 투기 세력의 ‘먹튀’를 허용하기에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이분법에 갇히고, 조건 없는 보유세 중과를 선험적인 당위로 착각한 탓이다. 오판에 따른 피해는 서민, 무주택자들을 포함한 전체 국민에게 간다.

보유세는 다주택자들에게만 매우 무겁게 매기고 대신 양도소득세를 낮춰 출구를 열어줬어야 했다.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는 것과 착각해선 안 된다. 범죄자 검거가 다른 문제와 엮일 일은 없다. 그냥 잡으면 된다. 경제영역은 다르다. 가령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정상세포와 경계가 불분명한 암세포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다른 피해 없이 투기 세력의 먹튀만을 발라내겠다는 생각은 환상일 수밖에 없다.

주택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라버리면 지금처럼 종합부동산세는 대중적인 세금이 되어버린다. 그간 정부·여당은 줄곧 종합부동산세가 부자세라고 항변하지 않았던가. 종합부동산세가 부자세로만 남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렇게 어설프게 스텝이 꼬여버리면 잠재되어 있던 조세저항을 터트리는 기폭제가 된다.

세제개편은 긴 호흡으로 신중히 검토하고 실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장기 세제개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출범 초기 관련 논의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성과라 볼 것은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조달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집값 문제에 어설프게 대응하면서 부동산 세제만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부동산 문제에서 정부의 무능력과 정치인·고위공직자들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노동소득, 남이 하면 불로소득), 엘에이치(LH) 직원들의 불법행위 따위로 불신이 극도로 팽배해 있다. 정부에 대한, 국민 간 신뢰가 없는 이런 상태에서 복지국가나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 논의가 가당키나 하겠는가. 이제 대선이 1년가량 남았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은 이분법과 선동을 넘어 지금부터 차근차근 세제개편의 큰 틀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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