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용진이형 상'에 관한 못다한 이야기 [안승호의 PM 6:29]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21. 4. 1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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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서 논란 된 '용진이형 상'
경기별 총액 100만원 넘으면 위반
SSG, KBO와 소통 상황 정리

[스포츠경향]

SSG의 용진이형 상. 최주환 SNS 캡처


KBO와 SSG는 지난주 ‘용진이형 상’과 관련해 전화로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취재 내용을 기반으로 구성한 양측 관계자간의 가상의 전화 통화 내용이다.

KBO :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십니다. 전화 드린 건 다름이 아니고요. ‘용진이형 상’ 주고 계시잖아요. 그 상에 대한 문의가 좀 오고 있어서요. 혹시 경기별 수훈선수 상 주고 계시지 않나요. ‘용진이 형’ 상까지 중복해서 주시게 되면 규정을 벗어날 소지가 있다는 것인데….

SSG: 아 네, 그렇지 않아도 이제 막 그 부분 체크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구단주님이 직접 주시는 상이어서 그렇게까지는 생각 못했는데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구단주님 상 다시 시상하게 되면 수훈선수 선수상 개념에 넣고 진행하겠습니다.

KBO: 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요즘 참 날씨가 좋네요. 건강 관리 잘 하세요.

SSG: 네, 고맙습니다.

2021시즌 개막과 함께 떠오른 이슈 중 하나였던 SSG의 ‘용진이형 상’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용진이형 상’은 SSG의 활동파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개막 이후 수훈선수에게 직접 시상한 것으로 그 안에는 자사 유통 상품인 한우 세트 등을 담았다. 몇몇 선수들은 ‘용진이형 상’을 향한 절정의 의욕을 드러내며 출사표를 던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SSG는 시상을 잠정 중단했다. 통화 내용대로 KBO의 수훈선수 상 규정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KBO 규정에 따르면 각 구단은 경기별 수훈선수에게 총 100만원까지 시상할 수 있다. 대부분 구단은 승리시 수훈선수 2명을 선정해 50만원씩을 수여하고 있다. SSG의 경우, 기존 수훈선수 시상에 고품질 한우 세트까지 보태질 경우 총 지출액이 100만원을 훌쩍 넘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KBO의 귀에 들어간 것이었다.

SSG는 발 빠르게 입장 정리를 했다. 류선규 SSG 단장은 “당초에도 이벤트성으로 하고 나중에 간간이 진행하려는 것이었다. KBO와 소통을 했고, 다시 시상할 때는 수훈선수 규정에 맞춰 하겠다”고 전했다.

프로야구는 여전히 코로나19 여파에 휩싸여 있다. ‘돈’에 관해 예민한 시대에 놓여있기도 하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는 우승 공약을 전하는 시간에 두산 주장 오재원이 “내가 주장을 해서 우승하게 되는 것이니 보너스로 3억원을 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농담처럼 꺼낸 얘기지만 이 역시 그저 괜한 소리만은 아니었다. 지난해 말 NC의 한국시리즈 우승 보너스 내역에 관한 소문이 배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보통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구단은 S급 수훈 선수 몇몇에게 최대 1억5000만원을 보너스로 지급한다. 그러나 지난해 NC는 한국시리즈 첫 우승 뒤 S급 선수에게는 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내용이 우승 단골팀 두산에게도 전파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KBO의 우승 보너스 규정에 따르면 우승 구단은 우승 배당금과 배당금의 50%를 더한 총액을 보너스 상한선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상한선을 넘기면 안된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또는 일부 관중만 들어오는 경기가 거듭된 끝에 기존에는 30억원선에 이르던 우승팀의 배당금 규정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KBO 차원에서 새 환경에 맞는 별도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NC는 자체 기준을 설정해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로 프로야구 각 구단은 돈을 벌기도 쓰기도 어려운 구조의 덫에 걸려 있다.

통큰 구단주의 출현으로 다채로운 상을 기대했던 SSG 선수들 또한 넓은 마음으로 ‘용진이형 상’은 잠시 잊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우스갯소리지만, 지속적인 활약에 따른 연속 수상으로 연일 쇠고기만 먹게 되면 입은 즐거워도 건강에는 해로울 수 있다. 각박한 시대, 좋은 쪽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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