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지침 강화되는데..오세훈 "서울형 방역" 엇박자 우려
수도권 방역지침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엇박자를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의 증가세로 수도권과 부산지역의 일부 방역지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오세훈 서울 시장은 일률적 제한에서 벗어난 이른 바 '서울형 방역지침'을 시행하겠다고 언급하면서다.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를 내달 2일까지 3주간 연장하면서 2단계 지역의 유흥시설에 대한 영업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는 신규확진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 동안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477명→668명→700명→671명→677명→614명→587명으로 하루 평균 628명꼴로 나왔다.
유흥시설 영업금지 조치와 함께 지난해 말 처음 도입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도 같은 기간만큼 연장했다. 동거 가족과 직계 가족, 상견례, 영유아를 포함한 모임은 지금처럼 8인까지 허용된다. 아울러 수도권 내 식당과 카페,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적용 중인 '밤 10시까지' 운영시간 제한은 그대로 유지하되 상황이 악화할 경우 언제든지 밤 9시까지 1시간 앞당기기로 했다.
정부는 수도권과 부산 등 거리두기 2단계 지역의 유흥시설 집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적용대상 유흥시설은 룸살롱, 클럽, 나이트 등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헌팅포차, 감성주점, 콜라텍, 무도장, 홀덤펍 등이다.
정부는 또 방역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도권 등 2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등에 대한 운영시간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 음식점·카페, 파티룸, 실내스탠딩공연장, 방문판매 홍보관 등은 오후 10시까지 운영할 수 있는데 이를 오후 9시까지로 다시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일률적 제한에서 벗어나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영업시간 등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방역수칙에 긴장감을 높이겠다는 정부 방향과 다른 노선을 탄 것이다.
오 시장은 12일 오전 온라인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규제방역'이 아니라,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늘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중앙정부가 자가진단 키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속한 사용 승인을 촉구했다.
오 시장은 또 "방역과 민생을 모두 잡기 위한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 수립에도 착수했다"며 "이번 주말까지 매뉴얼을 마련하고 다음 주에는 시행 방법과 시행 시기 등에 대해 중대본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언급한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의 핵심은 자가진단 키트를 영업현장에 보급해 늦은 시간 까지 영업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오 시장은 "영업장의 자가진단 키트 활용을 전제로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이 시행된다면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영업시간 연장이 가능해지는 등 큰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방역체계에 완전히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방침이 현재 정부의 방침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매뉴얼이) 마련된다고 바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행 시기와 방법에 대해 중대본과 협의를 해서 결론을 낸 상태에서 시행하더라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서울형 방역'이 중앙 정부의 방역 지침 및 대응과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서울시에서 (자체 거리두기 및 방역 조치 관련) 안이 오면 협의를 하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의 거리두기 관련 조처와 관련해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지자체, 관계부처, 전문가 논의 등을 한 뒤에 발표해왔다"며 "각 지자체에서 특별한 거리두기 관련 조치를 할 경우에도 중대본을 통해서 협의하면서 발표해왔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도 그런 절차를 준용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향후 서울시가 자체적인 거리두기 방안을 통해 방역 조치를 완화한다면 제재를 검토할지 여부에 "제재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형기자 ybr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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