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용 자가진단키트'는 오세훈의 치트키?..전문가 "부적절"

박태우 2021. 4. 1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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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자가진단키트 도입 전제 영업시간 규제완화 구상 밝혀
전문가들 "일회성 검사에선 정확도 낮아 부적절" 지적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규제 중심의 중앙정부 코로나19 방역정책을 비판해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형 상생방역’ 구상을 내놨다. 시민 스스로 검사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전제로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가진단키트의 정확성과 활용 용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가진단키트 전제 영업시간 연장 구상

12일 오전 오 시장은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께서 영업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데 온 힘을 쏟겠다”며 다중이용시설 입장 전 자가진단키트를 통한 검사 뒤 음성인 경우에만 입장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신 유흥업소는 12시, 주점은 11시, 식당은 10시 등으로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된다. 오 시장은 “자가진단키트는 미국·영국·독일 등에서 방역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나지 않아 국내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면서 “서울시는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신속한 사용 승인을 식약처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자가진단키트는 현재 신속항원검사에 사용하고 있는 신속항원검사키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면봉을 코안에 집어넣어 검체를 채취한 뒤, 추출용액에 집어넣고 이를 임신테스트기와 비슷한 모양의 기기에 떨어뜨려 양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만 신속항원키트는 의료진이, 자가진단키트는 본인이 검체 채취와 판단의 주체가 된다.

자가진단키트 사용 결과 양성이 나온 경우엔 해당 다중이용시설에 입장하지 못하고, 선별검사소에서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구상이다.

서울시는 노래연습장에서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사용하는 시범사업도 검토 중이다.

자가진단키트 정확도·용도 논란 불가피

문제는 이 키트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현재까지 누적된 신속항원검사 1만8485건 가운데 양성 판정은 48건인데, 이어진 2차 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양성은 32건, 음성은 16건으로 나타났다. 3건 가운데 1건은 음성을 양성으로 잘못 판정한 셈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낸 보도 참고자료에도 “신속항원검사는 양성예측도가 낮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사회의학)는 “국내 연구 결과를 보면 바이러스 농도가 높을 때도 민감도(양성을 양성이라 판단할 확률)가 40% 수준까지밖에 나오지 않는다. 실제 환자 2명 중 1명은 가짜 음성이 나온다는 의미인데, 환자를 많이 놓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자가진단키트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던 전문가들도 ‘동일한 집단에 반복 검사’가 핵심이라며 서울시의 ‘다중이용시설 입장용’ 도입을 우려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콜센터처럼 생활방역을 하기 어려운 집단감염 다발 사업장, 보육시설 같은 곳에서 주기적으로 자가진단을 하는 것이라면 적절하다. 그러나 노래방은 주기적 검사 장소가 아니고, (이용자가 방문했을 때) 한번 검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낮은 정확도 문제가 그대로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도 자가진단키트가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거나 거리두기 단계 완화의 근거로 쓰이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거리두기 강화는 전체적인 이동과 접촉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라며 “자가진단키트는 감염 위험이 크고 적어도 일주일에 1~2회씩 반복 검사를 해 추적할 수 있는 곳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조율 주목…오 시장 꽃놀이패?

이렇듯 전문가들은 ‘서울형 상생방역’에 갸웃하는 분위기지만, 오 시장으로서는 손해볼 게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로서는 중대본이 자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대안제시 세력’이 되고, 거절할 경우 ‘정부가 소상공인의 고통을 외면한다’는 논리로 여론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중대본과 협의에 실패하더라도 서울시가 ‘독자방역’에 나설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감염병 방역에 관한 정책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단체장도 결정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중대본은 서울시의 ‘독자방역’에 우려를 나타낸다. 인구의 5분의 1이 살고,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라는 특성 때문이다. 윤태호 중앙방역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더 강력한 생활권으로 묶여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핵심 방역수칙은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한가지 안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방향을 서울시와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서혜미 최하얀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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