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버스에 놓고 내린 수술비 2000만원, 이렇게 찾았다
“현금 2000만원을 버스에 두고 내렸어요!”
12일 오전 11시50분쯤 부산 112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80대 남성 A씨는 “좀 전 척추 수술비로 쓸 2000만원이 든 가방을 깜박하고 시내버스 안에다 놔두고 내렸다”며 “제발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동래구 안락동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진구 범천동 범곡교차로에서 내렸다. 이 교차로 부근에서 할머니를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히 몇 걸음 걷다가 손이 허전했다. ‘아차, 내 가방'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버스는 이미 떠났고 눈 앞에서 사라진 뒤였다.
“넉넉치 않은 형편에 어렵사리 마련한 수술비인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발을 굴렀다. 11시52분쯤 인근에서 순찰을 하고 있던 부산진경찰서 서면지구대 김도현 순경, 김위영 경장이 현장에 도착했다. 자초지종 설명을 들은 20대 김 순경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버스 앱'을 내려받은 뒤 버스의 위치를 추적했다.
해당 버스는 범곡교차로에서 범일동 산복도로를 지나 운행 중이었다. 김 순경 등은 안절부절 못하는 A씨 부부를 순찰차에 태우고 ‘추격전’을 시작했다. ‘혹시나 다른 승객이 A씨 가방을 갖고 내리면 낭패'라는 생각에 재빠르게 쫓아갔다.
범곡교차로에서 산복도로를 올라가 꼬불꼬불 도로를 10km 가까이 달렸다. 낮 12시5분쯤 중구 영주동 민주공원 인근에서 버스를 발견하고 세웠다. 김 순경이 버스 안으로 뛰어 올랐다. 다행히 A씨가 앉았던 자리 위에 가방이 놓여 있었다. 가방 안의 신문지로 싼 돈다발도 그대로였다.
“아이고, 고맙습니데이.” A씨는 손자뻘 되는 김 순경에게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김 순경 등은 “뭘요, 돈을 무사히 찾아 다행입니다”며 빙그레 웃었다.
부산경찰청은 “예전 같으면 버스 회사에 전화를 걸어 운행 지점을 확인하거나 운전기사와 연락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20대 젊은 경찰관의 ‘디지털 마인드'가 보다 신속한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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