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서복' 공유X박보검이 그린 복제인간, 극장·OTT 다 통할까?(종합)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이야기, 세대를 아우르는 톱 배우 공유·박보검의 만남.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영화 '서복'이 긴 기다림 끝에 베일을 벗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이라는 무거운 소재가 영화적 상상력과 만나 새로운 장르로 탄생했다.
12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서복'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용주 감독과 공유, 조우진, 장영남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의 약 9년 만의 연출작이다.
이 감독은 멜로 영화인 '건축학 개론' 이후 정반대의 장르로 복귀한 것에 대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라며 "이야기의 외피가 장르라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어떤 것을 해야지'라는 것은 아니었고, 내 첫 영화였던 '불신지옥'의 테마가 '두려움'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려움'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다 보니 복제인간이라는 소재가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장르가 선택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복'은 SF 장르지만, 이 감독은 장르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그가 '서복'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변화와 성장이다. 이 감독은 "사람들이 서복을 만든 이유는 영생 때문"이라며 "두려움과 욕망이 동전의 양면 같다. 영생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걸 잘 알면서도 우리는 계속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는 기획 의도를 이야기했다.
한국 영화에서는 복제인간이 소재로 쓰인 것은 최초이다. 서복은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으로 생긴 복제인간으로, 높은 뇌파를 통해 전자기력을 발생시켜 염력 같은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 감독은 "(이런 설정이) 할리우드에 보여지는 마블 영화식의 장르화로 보여질까봐 걱정했다"며 "하려는 이야기가 그런 방향이 아니다. 기획 의도가 먼저 있었기 때문에 복제인간이 주인공이 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기헌이 서복을 보는 시선이 중요했다"며 "서복이 죽지 않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믿냐'고 하지 않나. 죽음을 앞둔 민기헌이 헛된 희망을 갖고 믿음을 완성해 가는 과정과 구원받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공유 역시 장르적인 특징 보다 '서복'의 메시지에 끌렸다. 2019년 '82년생 김지영'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는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임세은(장영남) 박사가 민기헌한테 툭 하고 '사람들 참 겁 많죠'라고 이야기하는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이 주제를 관통하는 한줄의 대사라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본 이후에도 여운에 남는다고 전했다.
서복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정보국 요원 안부장을 연기한 배우 조우진은 "관객들이 욕망과 두려움의 간극에서 고민하는 인간들을 어떻게 볼지, 인물들마다 차별점은 무엇이고 어떤 점을 부각시킬지 고민하면서 작업했다"며 "나 또한 연기하면서 '잘 살고 있나?'라는 두려움과 '건강하게 살아봐야지'라는 욕망 사이에서 스스로를 냉철하게 보는 사람이자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영남은 서복의 탄생시킨 장본인이자, 어떤 상황에서든 포커페이스를 잃지 않는 냉철한 연구원 임세은 역을 맡았다. 그는 "박보검의 대사에서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내가 뭘 하고 싶나'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공감이 많이 됐다"며 "삶이란 게 내 존재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끊임없이 찾아나가는 시간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을 임한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군 복무 중으로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박보검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연기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 감독은 "서복은 잘 판단이 안 서는 대사로 설정했다. 서복은 어느 정도 민기헌에게 믿음이 생기면서 화도 내고 위로도 한다"며 "초반에 박보검에게 요구한 것은 감정을 빼달라는 것이었다. 호감인지 비호감인지, 겁을 내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는 경계에서 사람 같지 않게 세팅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을 빼는 것이 더 힘든 경우가 있는데, 박보검도 힘들어했지만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잘 마무리했다"고 작업기를 밝혔다.
극 내내 박보검과 함께 감정선을 맞춰야 했던 공유는 "서로 반대편에 서있는 대조적인 존재가 만나서 동행하고, 서로를 헤아리고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를 구원하게 되는 관계라고 생각을 했다"며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관객들이 기헌의 입장에서 서복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관객들이 마지막에 '내가 기헌이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것 때문에 일부러 박보검과 어떤 것을 정해놓고 연기를 하진 않았다"며 "나는 정말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서복을 바라보고 느끼고 따라갔다. 처음에는 낯선 서복이었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는데 이런저런 동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긱는 연민도 있고 이해해가는 폭이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조우진은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박보검의 맑은 얼굴"이라며 "맑은 에너지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 깊었다. 시나리오에서 봤던 것보다 감성적이고 깊어서 놀랐다"고 감탄했다. 장영남 또한 "박보검과 붙는 신이 많다 보니까 박보검 눈을 보고 있으면 슬펐다. 영화를 보면서 마지막에 가슴이 정말 아파서 울었다"고 극찬했다.
'서복'은 지난해 연말 개봉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연기된 끝에, 극장과 OTT 서비스 티빙(TVING)에서 동시 개봉한다. 이 감독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인들이 힘들다. 모든 게 코로나에 달려있으니까 우리도 어떻게 될지 막연한 상태였다"며 "티빙의 제안을 듣고 진행되면서 결과가 지금 정말 궁금하다. 향후 영화계에 영향을 미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는 "개봉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조용히 내 길을 가고 있었다. 많이 늦어졌지만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게 돼 좋기도 하고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찍는 내내 절대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철학적이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공유, 박보검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서복'은 오는 15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개봉한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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