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배터리·희토류·의약품..미래산업 곳곳서 패권주의 확산
유럽도 배터리 자급계획 나서
◆ 위기의 K반도체 ① ◆
미래 산업 핵심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내셔널리즘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자원 내재화를 두고 벌어지는 국가 간 경쟁은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 간 대결을 넘어 배터리와 희토류, 의약품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4개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은 반도체 밸류체인 내재화 작업을 본격화했다. 대만과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전체 반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기 위해 직접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미래 주력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품귀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존 분업화 전략으로는 미래 산업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굴지의 반도체 설계 기업들을 보유한 미국까지 정부가 직접 개입해 반도체 생산 자립화에 나서면서 반도체 주도권 확보 경쟁은 한층 격해질 전망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인텔이 바이든 정부 계획에 화답하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진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를 들여 미국 내에 신규 공장 2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유럽도 반도체 생산 내재화에 가세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유럽의 전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1345억유로(약 182조원)를 투입한다는 디지털 전환 로드맵도 공개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부위원장은 "반도체 같은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하에 정부가 직접 나서 천문학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시장 육성을 위해 1000억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미 중국 칩 제조업체들은 최근 20년 동안 500억달러가량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자원 생산 내재화는 반도체를 넘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폭스바겐은 2023년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에는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의 80%에 자체 배터리를 적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를 위해 유럽 내에 6곳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은 EU 차원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자급화 작업의 일환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EU는 배터리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각종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환경보호를 내세우며 전략자원인 희토류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희토류는 열 전도율이 높고 외부 환경 변화에도 성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두루 활용되는 자원이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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