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에 저항해 무장한 미얀마 마을 "망명 경찰이 이끌어"
[경향신문]
미얀마 북서쪽에 위치한 사가잉 지역의 도시 타무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이를 진압하려는 군인들간의 전투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시민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일방적인 유혈진압이 벌어지는 대부분의 지역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경찰들이 타무의 시민 시위대에 합류한 것이 군부에 대한 반격을 가능케했다.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는 11일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타무에서 군부의 총격에 시민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시위 참가자가 아니었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타무 지방경찰서 앞을 지나다 저격을 당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미얀마 나우에 “군대가 행인들을 향해 총을 쐈다”며 “총탄이 뺨을 관통해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군대의 무차별 사격은 전날 일어난 시민들의 습격과 관련이 있다. 10일 타무의 주민들은 군부대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마을로 진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체 제작한 사냥용 소총을 들고 매복해 있다가 군부대의 호송차를 급습했다. 이 일로 군인 3명과 현지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5일 타무에서 첫 시민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크고 작은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중 상당수 전투에서 시민들을 이끈 것은 경찰들이었다. 군부에 반대하는 미얀마 경찰들은 쿠데타 이후 인도 접경지역으로 피신했다. 이들 중 일부가 타무 주민들과 함께 무장 항쟁에 나선 것이다.
지난 2일에도 타무의 소방서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소방서에 배치된 군인들이 주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자 주민들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 지역으로 망명한 25세 경찰관 탕후진이 주민들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격으로 최소 5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탕후진 역시 목숨을 잃었다.
지난 4일에도 충돌은 이어졌다. 시위대가 도로를 봉쇄하자 군인들이 총격으로 대응했다. 대치는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이날 오후 주민들은 군인들이 탄 트럭에 사제 폭탄을 던져 4명의 군인이 사망했다.
이라와디는 4일 기준 이 지역에서 최소 14명의 군인들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한 주민은 이라와디에 “모든 연령대의 타무 주민들이 시위를 지지하고 있으며,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동참한 경찰들이 군부에 대항해 방어 전선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가 시위대를 향해 중화기를 사용하는 등 진압의 수위를 높이면서 사제 총기 등으로 무장하는 미얀마 시민들도 늘고 있다. 더 많은 피가 흐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타무가 위치한 사가잉 지역과 인근 마그웨 지역의 주민들은 유리나 강철공을 발사하는 공기총을 만들어 군부에 탄압에 대응하고 있다. 한 시위자는 이라와디에 “시민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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