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손절'이냐 '조국 수호'냐..與 분열 조짐 가속화

김보연 기자 2021. 4. 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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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4·7 재보선 참패 원인' 지목에
초선·소장파 "반성한다" 자성 목소리
강성 친문은 "선거 패배, 조국과 상관없다" 반발
'조국 수호=검찰 개혁' 만든 與 '자승자박' 지적
전문가 "文 레임덕 가속화되고 있다는 증거" 평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내 혁신을 모색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 9일 민주당 2030 초선 의원 5명의 기자회견에서였다. 이들은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지목하며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했다.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자 강성 친문(親文) 지지층을 중심으로 "조국이 무슨 죄냐" "배은망덕한 초선5적"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이에 소장파 의원들도 가세해 "정직하지 못했다" "부족했다"며 '조국 반성문'을 써내려갔으나, 일부 의원들이 이를 반박하고 있다.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홍영표 의원과 3선의 김경협 의원 등 친문 중진 의원들은 민주당이 조국 사태를 옹호한 탓에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라는 당 안팎의 목소리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조국 사태를 반성한다’는 입장이 강성 지지층의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양새다.

◇"조국 탓에 선거 졌다? 동의 못해" 강성 친문 반박

주말 내내 친문 성향 당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당 중진들이 공개적으로 '4·7 재보선 패배가 조국 사태와 상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친문 중진인 3선의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1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문제(조국 사태)는 작년 총선 이전에 발생했던 문제다. 총선 때 이미 평가받은 사안"이라며 "이것을 보궐선거에 패인(敗因)으로 분석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선거라는 게 지고 나면 지는 100가지의 이유가 만들어지고 이기고 나면 또 이긴 이유 100가지가 만들어지는데 ‘모든 게 잘못됐다’ 또는 ‘모든 걸 잘 했다’ 이런 식의 평가는 사실 별로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패인을 좀 더 정확히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 게 여러 가지로 당의 이후의 방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권에 도전하는 4선 홍영표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감하는 데 있어 우리가 안이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선거에서 진 것은) LH 사태로 폭발한 부동산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은 여론조사에서 국민 70%가 지지했던 사안"이라면서 "조 전 장관의 개인적인 문제와 검찰개혁을 연결해서 평가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3월 초까지 박영선 후보가 여론조사 1등이었지만, LH 사태 후 급격히 여론이 기울었다"면서 "조국,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라고 했다. 이어 "서초동 촛불정신을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2019년 열렸던 '조국 수호' 촛볼집회를 잊어선 안된다는 뜻이다.

박진영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제대로된 쓴 소리를 해달라"며 "조국 (전) 장관을 재소환하거나 보선 후보 공천까지 비판하면 당의 뿌리인 당원들의 결정을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고 했다.

2019년 12월 26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조선DB

◇"조국 지키기, 정직하지 못했다"…與 내부 '자성론'

반면 일부 의원들은 '조국 지키기'가 과했다며 강성 지지층만을 쫒은 결과였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비문(非文)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국 사태 반성문을 쓴 초선 의원들을 지지하는 입장 표명이 이어진 것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친문 일변도의 당의 태도를 지적하며 "일부 당심(黨心)으로 대표되는 의견이 너무 과다대표 있었다"고 했다. 이어 "소위 강성 의원들이 지나치게 휘둘렸다는 점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즉각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당을 운영해오는 데 있어 주요 위치에서 의사결정이나 당의 행로에 주된 영향력을 미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초선5적'으로 불리며 강성 지지자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장철민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청년들은 검찰개혁 이슈보다 '교육과 입시에서 나는 상상할 수 없는 기회를 갖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분노와 박탈감을 가졌다"며 "이 같은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는데 게을렀다"고 했다. 또 "검찰 개혁은 당이 국회에서 법안과 제도로 해야 했던 일인데 조국 장관을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만들어버려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나누어지는 일을 겪었다"고 했다.

앞서 조응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조 전 장관을 언급하며 "우리 당 핵심세력은 인물에 대한 시중의 평가가 어떠하든 (이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충만했다"며 "우리 당의 오만한 태도를 바꿀 방법이 없다고 느낀 시민들께서 비장한 심정으로 투표장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해영 전 의원도 지난 8일 페이스북에서 "지금도 당에서 조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검찰개혁을 조국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정직하지 못한 주장이었다"고 했다.

◇ 與 분란? "文대통령 '레임덕' 가속화 방증"

'조국 책임론'이 당 내에서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됐다. 이는 곧 친문 세력과 당원들에 대한 '부정'으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여권에서 ‘조국 수호’를 ‘검찰 개혁’과 동일시하면서 생겼다. 검찰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다. 검찰 개혁이 문 정부 핵심 과제로 각인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권력의 자의적 수사에 의해 희생됐다’는 문 대통령과 권력 핵심부의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를 위해 등판한 인물이 조 전 장관이었다. 그러나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일가를 둘러싼 '자녀 입시 비리' 등의 논란이 불거졌고, 조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임명 35일 만인 2019년 10월14일 사퇴했다.

2019년 9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7차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수호', '사법적폐, 청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조선DB

이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일대에서 ‘조국수호 촛불집회’를 열며 단단히 세(勢)를 결집했다. 결정적 한 방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작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또 검찰개혁 입법의 공을 조 전 장관에게 돌렸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또 법무부 장관으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국 사태를 둘러싼 내홍에 대해 노선과 가치에 대한 건강한 당내 논쟁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여권 내부에서 분열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의 장악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레임덕의 크기는 권력의 집중도와 비례할 수 밖에 없다. 180석의 거여(巨與) 탄생 후 권력이 초집중됐던 정부 여당의 분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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