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치러진 4·7 재보선, 1년뒤 대선은 더 캄캄"

박만원 2021. 4.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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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정당학회가 본 내년 대선 시사점 "정치 혐오 극에 달해.. 미래 청사진 내놓는 후보 찍을 것" "기존 정치인 말고, 혁신적 인물 나와야 대선 승리" "경제 양극화 해법 내놓은 정당이 대선 이길 것"

"4·7 재보선은 역대 최악의 선거였다. 공약 개발은 부실하고 후보토론은 맹탕이었다. 네거티브만 넘쳤다." "내년 대선도 이렇게 전개될까 걱정이다. 여야는 코로나로 지친 민생을 챙기고 경제양극화 등 사회문제의 해법에 관한 공약을 준비해야 한다."

4·7 재보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난 뒤 매일경제는 한국정당학회 학자들에게 이번 선거 평가와 내년 대선을 앞둔 여야 정당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학자들은 지난 재보선 과정에 대해 한결같이 우려를 나타내고, 1년도 남지않은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정치혐오를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조진만 한국정당학회장(덕성여대 교수)은 "이번 선거처럼 내년 대선에서도 정당정치와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정치공학적 선택과 네거티브 공방이 판친다면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는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을 채 1년도 안 남긴 시점에서 각 정당은 여전히 대선 '판'을 어떻게 짤 것인가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다"면서 "(LH사태 등) 최근 불거져나온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하여 어떠한 정책들을 고민하고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도 "보궐선거 이후 주요 정당의 전당대회와 함께 곧바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일정을 고려한다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건전한 정책과 공약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현재 정치권이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지지세를 키우는 전략은 결국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선에서는 정당들이 경제적 불평등, 코로나로 인한 민생 위기, 지구적인 패권경쟁의 격화 등 사회 위협요인에 대한 해법의 제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상 충북대 교수는 여야 모두 후보단일화 과정에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 내 단일화는 어느 정도 체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당 간 단일화는 기한에 쫓겨 한 시점(one-shot)에 시행된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정해 이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단일화는 해외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다는게 구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정당들이 스스로 정치인을 충원하고 양성해야 한다면서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정치를 혐오하고 정당정치를 멀리하는 '외부인'(outsider) 선출자의 폐해는 해외의 경험적 연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정훈 서울대 교수도 정당의 인재난을 지적했다. "4·7 선거에서 집권당은 물론이고 야당 후보들 역시 과거의 폐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인물들을 공천했다"면서 "이같은 현상은 국민들에게 선거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대선에서는 여야가 집권후 책임정치를 완수할 수 있는 혁신적인 후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와 여당이 의석수에 비해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장승진 교수는 "4·7 재보선 결과 진보 진영 우위의 정치 지형이 생각보다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면서 "유권자들이 그동안 진보 진영을 지지했던 것은 탄핵과 보수정당 혁신 부족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지, 진보 진영 자체에 대한 지지는 아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LH사태 등 정권에 불리한 사안이 불거진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한데서 보듯 현 정부 '강성지지층'보다 비판적 지지층이 더 많다는 것이다.

한정훈 교수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여러 개혁 정책은 아직 그 효과는 미비한 반면, 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결의 정치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당의 양극화 현상은 정치과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좌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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