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선 1시간 걸리는 대출, 모바일선 5분만에"..금소법의 모순

김유신 2021. 4.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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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설명서 읽는 과정 생략
절차 빨라 비대면에 고객 몰려
점포폐쇄 말라던 금융당국
오프라인 뱅킹 불편만 가중
모바일 우대금리 등 혜택 주며
은행도 모바일뱅킹 전환 유도
은행 점포 감소 더 빨라질 듯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한 시중은행 모바일 뱅킹에서 신용대출을 받았다. '누구나 3분이면 한도 조회가 가능하다'는 문구를 앞세운 이 신용대출은 김씨가 상품설명서와 약정서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도 '동의하기' 버튼만 누르면 5분 만에 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다.

#60대 자영업자 오 모씨는 자녀 결혼 자금 용도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영업점에 방문했다. 앞서 온 고객들로 대기가 길어져 그가 상담 창구에 들어서기까지 벌써 30분이 소요됐다. 이후 대출 상담 과정에서도 은행 직원이 상품의 특성과 금리, 수수료 산정 방식까지 세세하게 설명한 뒤 동의를 받아 최종 대출 접수까지 1시간 넘게 소요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지난달 시행되며 금융사의 상품 설명 의무가 강화돼 영업점에서 대출을 신청하거나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영업점 직원의 설명을 일일이 들을 필요가 없어 금소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 시간 소요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않았다. 소비자가 금소법에 따른 불편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 금융으로 갈아타는 일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는 금소법에서 규정된 '적합성 원칙'에 따라 대출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의 재산 상황과 신용, 변제 계획 등을 파악해야 한다. 펀드 가입 전에는 소비자 투자 성향을 분석한 뒤 위험 성향보다 높은 위험도 상품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 또 '설명 의무'에 따라 투자에 따른 위험, 금리 변동 여부, 상환 방법, 계약 해지 등과 관련한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 만약 금융사가 설명 의무를 위반해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키면 금융회사에 손해배상 책임 의무가 따른다. 이에 금융사 직원들은 영업점 상담 과정에서 약정서 내용을 세세하게 읽고 고객에게 내용을 이해했다는 동의를 받고 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매일경제가 시중은행 모바일 뱅킹 신용대출 서비스를 이용해본 결과 대출 접수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휴대폰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한 뒤 신용정보 조회와 상품설명서의 '동의' 버튼만 누르면 한도와 금리가 즉시 조회됐다. 모바일 뱅킹에서 이뤄지는 신용대출이라고 설명서 내용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3쪽으로 이뤄진 상품설명서에는 대출 이자율과 수수료, 연체 등과 관련한 내용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하지만 빽빽하게 적힌 글자를 꼼꼼히 들여다볼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금융사로서는 설명 의무 책임을 덜 수 있다 보니 상품 판매 과정에서 모바일 뱅킹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모바일 뱅킹은 상품 가입이 간편하고 각종 우대금리 혜택도 제공해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비대면 대출 중개·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 핀다는 지난 2월 자사를 통해 대출을 받을 때 최대 2.5% 우대금리를 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시중은행도 모바일 뱅킹을 통해 예·적금에 가입하면 추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국내 은행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점포 폐쇄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 점포는 총 6405개로 전년 말(6709개)보다 304개 감소했다. 지난해 감소한 점포 수는 2017년(312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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