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간절했으면 내색 한 번 하지 않았을까

장민석 기자 2021. 4. 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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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의 임지열은 11일 좌익수로 첫 선발 데뷔전을 치렀지만 몸에 맞은 공으로 교체됐다. /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2021년 4월 11일은 키움 외야수 임지열(26)에겐 특별한 날이었을 것이다. 그는 2019년 6월 23일 롯데전 이후로 이날 2년 만에 1군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상대는 롯데였다. 좌익수로는 첫 선발이었다.

덕수고 출신의 임지열은 2014년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22번으로 김하성·임병욱·하영민 등과 함께 넥센에 입단한 프로 8년차 선수다. 입단 당시 내야수였던 그는 두터운 넥센 내야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오랜 시간 2군에 머물렀다.

임지열은 2018시즌 퓨처스 북부리그에서 타격왕과 타점왕을 차지하며 잠재력을 드러내는 듯했다. 하지만 1군의 벽은 높았다. 2019시즌 처음 1군 무대를 밟았지만, 타율 0.133, 3타점이란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2020시즌을 앞두고 임지열은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야수로 변신을 꾀했다. 1군엔 딱 한 타석에 선 채 시즌이 끝났다.

입단 동기인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올 시즌, 임지열은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2군에서 5할에 가까운 타격을 보여주며 8일 1군으로 콜업됐다. 그리고 11일 롯데전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임지열은 곧바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0-0으로 맞선 2회말 무사 1·2루에서 롯데 김준태가 좌전 안타를 쳤다. 2루 주자가 홈으로 쇄도하는 사이 공을 잡은 좌익수 임지열은 강하게 공을 뿌렸다.

임지열의 송구는 정확히 포수 박동원에게 연결됐고, 박동원은 정훈을 태그하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첫 선발에 환상적인 홈 보살 플레이를 펼친 것이다.

좌익수 임지열의 활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0-2로 뒤진 2회말 2사 1·2루에서 롯데 손아섭이 친 공을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더할 나위 없는 시즌 데뷔전이 되는 듯했다.

11일 롯데전에서 왼손에 공을 맞고 괜찮다는 표시를 더그아웃 쪽에 하는 임지열. /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롯데가 2-0으로 앞선 5회초 임지열이 선두 타자로 나섰다. 롯데 선발 프랑코의 투구가 임지열의 왼손을 직격했다.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임지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1루를 향해 달려갔다. 더그아웃 쪽을 향해서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임지열이 전혀 고통스러워 하지 않아 그랬을까. 허문회 롯데 감독은 몸에 맞는 공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공은 확실히 임지열의 왼쪽 손등 위쪽을 강하게 때렸다.

데뷔 후 처음으로 좌익수 선발로 나선 임지열의 마음은 철렁했을 것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에서 연이은 호수비를 펼치며 활약하고 있었는데 부상이 찾아온다면 또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임지열은 아무렇지 않게 주자용 벙어리장갑을 손에 끼었다. 이 경기를 중계한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공이 왼쪽 새끼손가락을 때린 것 같다”며 “분명히 통증이 있을 텐데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박준태의 타석 때 패스트볼로 2루를 밟은 그는 서건창의 2루타로 시즌 첫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결국 5회초가 끝나고 이용규로 교체됐다.

이 경기는 연장 11회초 서건창이 내야안타로 결승 타점을 올린 키움이 3대2로 승리했다. 더그아웃에서 승리를 기뻐하는 임지열의 왼손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서건창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 주에 연장만 세 번 치렀는데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이겼다는데 의미를 둔다”며 “한 주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지열이가 오늘 부상을 크게 당했는데 하루빨리 쾌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12일 “임지열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며 “자세한 결과는 내일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열은 12일 1군에서 말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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