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투어와 웰컴인삼..맷 윌리엄스가 만든 외인 사령탑 새 문화 [김은진의 다이아몬드+]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21. 4.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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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맷 윌리엄스 KIA 감독(왼쪽)이 지난 3일 잠실구장이 홈팀 감독실을 찾아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크리스탈 야구공을 선물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개막하자마자 2명의 감독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지난 3일 개막과 함께 맷 윌리엄스 KIA 감독으로부터 크리스탈 야구공을 선물받았고, 9일에는 대전에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건넨 인삼 세트를 받았다.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 2명이 함께 하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특별한 진풍경이 벌어진다. 윌리엄스 감독의 ‘크리스탈 투어’와 수베로 감독의 ‘웰컴 인삼’이 한국인 감독들을 기다린다.

출발은 지난해 윌리엄스 감독의 ‘와인투어’였다. 홈팀 감독실 문을 두드린 류중일 당시 LG 감독을 통해 3연전 중 하루는 상대 감독과 만나 인사하는 KBO리그의 감독 문화를 뒤늦게 알게 된 윌리엄스 감독이 9명의 타 팀 감독들을 위해 와인을 직접 고르고 감독들의 이름을 새긴 케이스를 주문제작해 정성을 전했다.

한국 감독들의 인사 문화를 받아들이고 더 적극적으로 발전시킨 윌리엄스 감독의 모습은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소식을 들은 이강철 KT 감독이 와인을 받기도 전에 아예 수원 왕갈비 세트를 답례품으로 준비해 광주 원정을 간 이후 다른 감독들도 다양한 선물로 윌리엄스 감독에게 답례했다.

지난해 끝난 줄 알았던 윌리엄스 감독의 ‘투어’는 예상을 깨고 올해도 등장했다. KBO 로고와 함께 감독을 뜻하는 ‘manager’를 새긴 크리스탈 야구공을 선물하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매일 전투를 치르듯 그라운드 위에서 함께 싸우는 상대 팀 감독들과 동료애를 느끼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해 느꼈던 전우애 같은 느낌을 올해도 계속 가져가고 싶어 감사의 의미로 준비했다. 특색있는 선물을 하고 싶어 고민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윌리엄스 감독이 시작한 선물 투어를 올해 KBO리그에 입성한 수베로 감독이 이어받았다. 지난해 ‘와인투어’ 소식을 전해들은 수베로 감독이 구단과 상의를 했고 충청 지역 특산품인 인삼 세트를 준비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오른쪽)이 지난 9일 대전구장에서 원정 팀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인삼 세트를 선물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는 윌리엄스 감독의 ‘와인투어’에 정점을 찍었던 구단이다. 지난해 광주에 첫 원정을 갔다가 9개 팀 감독 중 가장 먼저 와인을 받은 최원호 당시 한화 감독대행이 이후 답례로 선물한 초대형 인삼주가 윌리엄스 감독을 크게 감격시켰다. 충북 금산의 인삼대회에서 2013년 수상한 인삼으로 담근 초대형 인삼주의 자태에 감탄한 윌리엄스 감독은 지금까지도 감독실 진열장에 그대로 보관한 채 감상 중이다.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날 개봉하겠다”며 매우 특별한 선물로 여기고 있다.

한화는 이에 올해 수베로 감독의 선물로 4년근 인삼 세트를 마련했다. 수베로 감독은 “인삼이 건강과 원기 회복에 좋다고 들었다. 감독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자리인만큼 이것을 드시고 건강해지시라”라며 김태형 감독에게 올해 1호 인삼을 선물했다. 원정을 갈 때도 와인을 들고 찾아가 시즌 첫 만남에서 전달했던 윌리엄스 감독과 달리 수베로 감독은 대전 구장을 방문하는 상대 감독에게 환영 인사로 인삼을 전달한다.

과거 외국인 감독은 리그에서 낯선 존재였다. 리그의 동료보다는 팀을 바꾸기 위해 메이저리그에서 모셔온 승부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제리 로이스터, 트레이 힐만 감독이 KBO리그에 몸담았지만 국내 감독들과 그렇게까지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에너지 넘치고 적극적인 윌리엄스 감독이 등장하고 그 마음씀씀이에 수베로 감독도 합류하면서 리그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리그 최고참이 된 올해도 ‘크리스탈 투어’ 중인 윌리엄스 감독은 “감독들이 답례 안 하셔도 된다. 동료 감독으로서 존경하는 의미로 내가 원해 드리는 것이니 제발 답례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의 정이 그렇지 않다. 한 손에 크리스탈 야구공, 한 손에는 인삼을 받을 감독들이 올해 또 답례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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